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 정문. 연합뉴스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임에도 세입자 100여명과 빌라·아파트 전세 계약을 해 125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건축업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5부(부장 박성민)는 15일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건축업자 ㄱ(61)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재무담당직원 ㄴ(51)씨와 공인중개사 ㄷ(46)씨, 중개보조원 ㄹ(45)씨 등 공범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경찰이 불구속 상태로 송치한 공인중개사 2명과 중개보조원 1명도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ㄱ씨는 지난해 1∼7월 자신이 고용한 공인중개사와 가짜 임대업자 등을 앞세워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ㄱ씨가 가지고 있는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전세 계약을 했다고 판단했다.
건축업자 ㄱ씨는 공인중개사 등을 고용해 자신이 건설한 아파트 등을 전담 중개하게 했다. 인천지검 제공.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여러 주택이 경매 중인 사실을 숨긴 채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고 그래서 많은 피해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ㄱ씨가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을 고용하고, 이들 명의로 5∼7개의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해 자신의 부동산을 전담 중개하도록 한 구조 자체를 사기죄 성립요건인 기망 행위로 봤다. 공인중개사 중 일부는 ㄱ씨와 명의신탁 약정을 해 ㄱ씨 소유 아파트 등을 서류상 자신의 명의로 바꿔 놓기도 했다.
검찰은 “공인중개사가 자신을 실질적으로 고용한 ㄱ씨의 부동산만 주도적으로 거래했다. 또 ㄱ씨 부동산을 명의신탁해 그것을 같이 고용된 다른 공인중개사를 통해 중개거래에 내놓는 방법으로 거래하기도 했다”며 “피해자들은 중개사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균형 있게 중개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찾아갔는데 실제로는 자기들의 물건을 파는 직접 거래였다. 이번 사기 범행의 구조적 기망의 한 형태다”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결과, ㄱ씨는 2009년부터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사들이고,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직접 건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준공 대출금으로 건축비용을 충당하고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대출이자와 직원 급여 등 사업비용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2700여채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지난 2월 기준 ㄱ씨 주택 중 690가구는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