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저녁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에서 7000만원대 전세 사기를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ㄱ(38)씨를 기억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 한쪽에 ㄱ씨를 명복을 기원하고, 전세 사기 가담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이승욱기자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125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가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5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건축업자 ㄱ(61)씨의 변호인은 “사실관계에 대해서 대체로 인정한다. 그러나 법리상으로 부동산 실명법 위반을 제외하고는 사기 혐의에 대해 구성요건이 성립될 수 없다”며 “검찰의 법 적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지난해 1~7월 공범과 짜고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를 전세 계약해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사기) 혐의로 지난달 15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ㄱ씨가 공인중개사 등 공범을 고용하고 이들 명의로 공인중개소를 운영해 자신의 부동산을 전담 중개한 점 등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봤다.
재판에는 ㄱ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 9명도 출석했다. 이들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일부 공범들은 아직 검찰 기록을 복사하지 못했다며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오 판사는 “모든 변호인, 피고인이 검찰 쪽의 증거를 살피지 못한 상태라 완결된 상태로 답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다음 기일까지)증거기록 확보해서 공소사실 인정할지, 어느 정도까지 증거 목록을 동의할지 잘 결정해달라”고 했다.
이날 재판에는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들도 참석했다.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사회재난이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었고, (피고인들은) 이를 악용한 것”이라며 “(사기 사건에 대해 과거 판결한 것처럼) 재판을 진행하면 앞으로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엄정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