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수사 전담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과학수사자문위원 등이 지난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교량 붕괴 원인을 찾기 위해 교량 상태를 살펴보는 등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5일 보행로 붕괴사고가 난 정자교가 지난해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정기안전점검을 맡은 업체가 90일 동안 68개 교량을 점검해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2022년 하반기 교량 정기점검 용역 2구역 과업지시서’를 보면, 분당구는 정자교와 함께 68개 교량을 정기점검하는 내용의 용역을 발주하면서 과업 기간은 90일로 제안했다. 실제 2022년 하반기 ‘정자교 정기안전점검 결과표’에도 용역 기간은 지난해 8월29일부터 11월26일까지로 적혀 있다. 현장점검을 하기 전 설계도와 관련 기준을 검토하고, 점검 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드는 시간을 제외하면 60일 정도 현장점검을 해야 하는데 하루에 1개 이상의 교량을 점검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식의 정기안전점검 용역 발주는 2022년 하반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1년 상반기 정기안전점검에서는 180개 교량 및 보도육교의 안전점검을 120일 안에 마쳐야 한다는 내용이 과업지시서에 포함되기도 했다. 정기안전점검은 1년에 두번씩 맨눈으로 시설물 안전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성남시 중원구가 2022년 하반기 교량 정기안전점검에서 35개 교량을 150일 동안 점검한 것과 대조적이다. 성남시 수정구도 2022년 하반기 교량 정기안전점검에서 14개 교량을 90일 동안 점검하는 내용의 과업지시서를 작성했다.
이와 관련해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너무 많은 양의 교량을 묶어서 한번에 정기안전점검 용역을 발주하는 일괄발주 방식은 안전점검의 부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하루 1개 교량 점검도 수치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과업 중 지시사항이 추가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지 따져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교량 안전점검을 했던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도 “안전점검 기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다르지만 68개 교량을 안전점검하는 데 90일이라는 기간은 짧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기안전점검에 투입된 안전점검 기술자의 전문성도 따져볼 대목이다. 정자교 정기안전점검 결과표를 보면 정자교 점검의 책임 안전점검자는 초급기술자다. 전문가들은 초급기술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날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이후 노후시설 안전 확보 방안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조경식 토목구조기술사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뒤 안전점검 업체에서 2년6개월 이상 일하면 초급기술자 역량지수 기준(35점)을 채울 수 있다”며 “책임 안전점검자의 등급 향상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지금까지 진행된 안전점검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안전진단 인력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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