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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전세사기’ 사망자 집에 수도료 체납 ‘딱지’…“새벽부터 일했지만”

등록 2023-04-17 14:08수정 2023-04-18 00:20

인천 미추홀구 일대 전세사기 피해자 세 번째 사망
대책위 “국토부에 정신과 상담 요청…이뤄지지 않아”
전세사기 피해자 집 앞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있는 상수도 미납요금 안내서. 이승욱기자
전세사기 피해자 집 앞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있는 상수도 미납요금 안내서. 이승욱기자

17일 낮 12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의 한 연립주택. 한 집 앞에는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놓여있다. 종량제 쓰레기봉투 안에는 인천상수도사업본부중부수도사업소가 보낸 상수도 미납요금 안내서가 버려져 있다. 종이에는 ‘수도요금이 체납입니다. 120번 확인 후 납부하세요. 미납시 단수합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손글씨로 적혀있다. 이 집에서는 이날 새벽 2시10분께 30대 여성 ㄱ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수도권 일대 주택 2700여채를 보유한 건축업자 ㄴ(61)씨에게서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했다.

ㄱ씨는 2019년 9월 ‘건축왕’이라고 불리는 건축업자 ㄴ(61)가 만든 집에 대해 전세보증금 7200만원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ㄱ씨의 전세보증금은 2021년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9000만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 집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ㄱ씨 집에 대한 임의경매개시결정은 지난해 3월29일 이뤄졌다. ㄱ씨가 살던 연립주택에서는 전세사기 피해로 지난해 6월 약 60가구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ㄱ씨는 최우선변제금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 집은 2017년 7월 근저당권 설정이 이뤄졌다. 2017년 근저당권이 설정된 전셋집의 최우선변제금 적용 기준은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하지만 ㄱ씨는 2021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전세보증금이 9000만원으로 올랐다.

ㄱ씨 주검은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지만 아직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고인이)평소 새벽에 일을 나가 밤늦게 퇴근하는 등 어렵게 생활했다”며 “국토교통부 등에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정신과 상담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ㄱ씨는 평소 왕래가 잦은 지인이 ㄱ씨의 집을 찾으면서 발견됐다. 경찰은 ㄱ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 중이다.

한편, 지난 2월28일과 지난 14일에도 건축업자 ㄴ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ㄴ씨는 공인중개사 등과 함께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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