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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이젠 안녕…성동구 ‘위험거처’ 개선 조례 추진

등록 2023-08-25 08:00수정 2023-08-25 08:38

서울 성동구의 반지하 주택. 골목과 접한 주택 외벽에 높이 1미터의 새시 문이 나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서울 성동구의 반지하 주택. 골목과 접한 주택 외벽에 높이 1미터의 새시 문이 나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출입문은 땅 위로 고작 1미터 솟아 있을 뿐이었다. 가로 길이는 1미터가 채 안 됐다. 성인 남성이 이곳을 드나들려면 허리를 완전히 말아 접어야만 가능했다. 김성호(가명·60)씨는 이 문을 지나 내려가야 하는 서울 성동구 송정동 반지하방에 살았다. 햇빛이나 깨끗한 공기는 문 바깥의 이야기였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 보기 어려웠다. 성동구청은 지난해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하며 이곳에 ‘주거 부적합’(D등급) 판정을 내렸다.

김씨는 최근 성동구청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떠나게 됐다. 구청의 여러 과가 합심해 김씨를 설득하고 새 주거공간을 함께 보러 다닌 덕이다. 이사는 쉽진 않았다. 김씨 옷차림만 보고 부동산이나 임대인이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도 여럿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계약이 성사됐다. 김씨가 살던 곳은 더 이상 주거용으로 쓰이지 않는다. 다른 세입자가 나타나기 전에 성동구가 재빨리 임대인과 계약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송정동 제설용품 보관소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성동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김씨가 살던 곳처럼 주거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을 ‘위험거처’로 명명하고 이곳을 개선, 지원하는 조례를 24일 입법예고했다. ‘서울시 주거안전 취약계층 지원에 관한 조례’처럼 고시원 등에 사는 취약계층(중위소득 60% 이하)을 지원하는 조례는 있지만 ‘위험거처’란 공간 자체에 초점을 맞춘 조례는 전국 최초다.

이는 지난해 반지하 침수 사망사고 이후 “현 제도의 공백을 메우려면 지자체부터 더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정원오 성동구청장)는 판단에서다. 김씨를 지원한 것이 특수한 개별 사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거 공간에 대한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다.

성동구 ‘위험거처 개선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고시원, 숙박시설, 가설건축물뿐 아니라 단독·공동주택, 지하층에 해당하는 거처까지 포함해 물리적·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곳을 ‘위험거처’로 정의한다. ‘주거안전 취약계층’은 이런 위험거처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하는 사람을 모두 뜻한다.

기존 조례는 ‘주거취약계층’, 즉 특정 가구에 대한 개별적인 지원에 머물렀다. 이조차 소득기준이 포함돼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위험거처 자체에 대한 지속가능한 개선과 지원이 어렵단 한계도 있다. 성동구의 ‘위험거처 조례’는 주거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의 최저선을 만들기 위함이다.

조례는 구청장이 안전·호우·폭염 등 재난이나 위험거처 유형에 따라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조례가 제정되면 성동구는 별도 규칙에 안전등급 조사 기준을 담을 예정이다. 조사는 침수, 화재, 위생·공기, 대피, 구조 분야로 나눠 이뤄지고 이후 위험거처에 안전등급(A~D등급)을 부여한다. D등급은 ‘비주거용’으로 용도를 전환하고 C등급은 위험요소를 수리, 제거한다. 위험·유해요소 29가지를 조사해 10단계로 등급을 매기는 영국 주택법의 ‘주거위생안전평가체제’ 등을 참조했다.

박미정 성동구 주택정책팀장은 “기후위기로 자연재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거안전의 중요성을 상기하기 위해 마련한 조례”라며 “사각지대 없이 주거공간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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