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뒤에도 이어진 학부모의 금품 요구…학교는 감추려 했다

경기교육청, 2년 전 의정부시 교사 사망 감사
학부모 지속적 금품 요구, 학교 은폐 드러나
교육청,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 3명 수사의뢰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일인 4일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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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발생한 경기 의정부시 ㅎ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교육당국이 집요하게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3명을 교권침해로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또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확인하고도 방관한 해당 학교 관리자 등을 징계하기로 했다.

경기교육청은 21일 남부청사에서 2021년 12월 숨진 고 이영승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행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운영한 합동대응반 감사 결과, 이 교사가 부임 첫해(2016년) 담임을 맡았던 6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을 다치는 사고가 났다. 수업 중 일어난 사고로,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보상금 141만원을 수령했지만, 이 교사가 군 복무 중이던 2019년에도 계속해서 연락하며 추가 치료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사는 결국 8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400만원을 해당 학부모의 계좌로 송금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2021년 3월부터 12월8일 사망 당일까지 394차례에 걸쳐 자녀의 출석 처리를 ‘가정학습, 코로나19 유증상에 의한 등교중지, 질병 조퇴’ 등으로 처리해 달라며 부당하게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교사가 숨지기 이틀전부터 자녀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학생의 공개 사과를 바라며 이 교사에게 무리하게 생활지도를 요구한 학부모도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학교는 학부모의 민원과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확인하고도 필요한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교사 사망 사건을 단순 추락사로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21일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의정부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도교육청은 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의정부경찰서에 수사의뢰했다. 또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도·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학교 관리자 및 담당자 등에게 책임을 묻고 징계하기로 했다.

합동대응반은 이 학교에서 2021년 6월 숨진 고 김은지 교사와 관련해선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주체와 유형 등 구체적인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뒤 의정부 ㅎ초교 교사 사망사건도 재조명되면서 교육당국이 진상 조사를 벌여왔다.

임태희 교육감은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며 “학부모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는 교육청의 교권보호 핫라인 1600-8787, SOS법률지원단에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