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연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 내부 심의기준·회의록 등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구로구에 거주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고 임차인을 보호하는 근거 조항을 담은 ‘구로구 전세사기 피해자 등 주택 임차인 보호 및 지원 조례안’(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조례)이 최근 구의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에 지난달까지 접수된 구로구 전세사기 피해 건수는 228건으로 강서구(765건), 관악구(531건), 금천구·동작구(243건)에 이어 다섯번째로 많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구로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임차인 지원 조례’를 심의했으나 최종 부결했다. 최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법률상담·긴급복지·심리상담을 제공하고 필요시 지방세 납입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장 살 곳이 없어진 피해자들에겐 긴급주거지원 주택에 입주할 경우 이사비와 월세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최 의원은 이 조례가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이 있는데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구로구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조례”라며 부결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심의 당일 상임위 회의록을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선심성·사업성 예산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전세사기 피해가) 지금은 순차적으로 정리·마감되는 시점”(정대근 의원)이라며 반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가 잇따르면서 결국 이 조례는 ‘찬성 3명, 반대 4명’으로 부결됐다. 복지건설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4명, 민주당 의원은 3명이다.
문제는 논의 과정에서 구로구청도 이 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검토의견이 나왔는데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학신 구로구청 부동산정보과장은 당시 상임위에서 “저희는 이 조례를 적극 찬성한다”, “이 조례가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이 조례의 법리적 쟁점을 검토한 조호영 전문위원도 “조례 자체가 법을 위반하는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 강서구와 도봉구, 광주시 동구, 울산시 중구, 대구시 달성군, 전라남도 강진군은 구로구 조례안과 유사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최 의원은 “정부와 서울시는 물론이고 구청도 전세사기 피해를 적극 지원하겠단 의지를 밝혔는데도 민생을 외면해 조례를 부결시켰다”며 “해당 조례를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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