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행정안전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위기경보가 최고수준인 ‘심각’으로 올라간 가운데 구제역 사태처럼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꾸려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대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규모 재난에 대해 예방·대비·대응·복구 등을 총괄하도록 행안부에 설치되는 비상대책기구다. 일정한 규모 이상의 대규모 재난은 담당기관의 역량만으로 대처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기준을 정해 범정부 차원 기구인 중대본을 꾸려 재난에 대응하도록 돼 있다.
농림부 장관도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 확진 판정 즉시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설정했지만 아직 중대본은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의 대책본부는 다른 정부부처를 지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대본이 꾸려지면 중대본부장인 행안부 장관이 범정부적 차원의 ‘통합대응'이 가능하게 된다.
행안부의 입장은 우선 부정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까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에 퍼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경기 북부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기에 아직은 중대본 가동 여부에 대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방역대책상황실이 밝힌 위기경보 단계 수준을 보면, 구제역은 백신이 접종되지 않은 유형의 구제역이 발생하거나, 백신이 접종된 유형의 구제역이 여러지역에서 발생하고 전국에 퍼질 우려가 있을 때 ‘심각’수준으로 위기단계를 올린다. ‘심각’은 최고수준의 위기경보 단계다.
2011년 구제역 때는 가축 전염병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가축질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리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중대본 설치를 건의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구제역은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발병했지만, 아프라카 돼지열병은 경기북부에 한정돼 있다. 공기를 통해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아프리카돼지 열병은 접촉을 했을 경우에만 감염된다”며 “조기 차단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본 가동하게 되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적 상황인 것처럼 와전돼 국민불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오후3시30분 장관주재 회의에서 중대본 가동을 두고 논 할 예정이다. 현재는 농림부의 협조요청 아래 지방자치단체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현장에서 직접 대응 하고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뉴스룸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