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특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아무개(56)씨는 당시 10차례의 사건 가운데 3차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집에 놀러온 20대 처제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폭행하고 살해해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경기남부청 반기수 2부장 주재로 브리핑을 열어 “이씨의 디엔에이(DNA)가 화성사건 중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디엔에이와 일치했고 밝혔다.
3차례 사건은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로 전해졌다. 경찰은 미제사건수사팀이 증거물 감정 등을 진행하다 디엔에이 분석과 대조를 의뢰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9차 사건에서는 피해 여성의 속옷에서 이씨 디엔에이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5차 사건 피해자 홍아무개(당시 18살)는 당시 화성군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에서 스타킹으로 결박돼 살해된 채 발견됐다. 또 7차 사건 피해자 안아무개(52)씨는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에서 블라우스로 양손 결박돼 숨진 채로 발견됐으며, 태안읍 병점5리에서 일어난 9차 사건의 피해자 김아무개(13)양은 야산에서 스타킹으로 묶인 채 주검이 발견 됐다.
그러나 이씨는 당시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디엔에이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 교도소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반 2부장은 “디엔에이가 일치한다는 결과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서다. 이 단서를 토대로 기초수사를 하던 중에 언론에 수사 사실이 알려져 불가피하게 브리핑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도 국과수에 보내 디엔에이 분석을 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범인의 신상공개 등은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2006년 4월2일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씨가 이 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나도 처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이씨를 송치할 방침이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아온 이 사건에는 동원된 경찰 연인원만 205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고, 수사대상자 2만1280명과 지문대조 4만116명 등에 이르렀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당시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강간·살해돼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미해결 사건이다. 이 사건들의 공소시효는 범행 당시의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범행 후 15년이 2001년 9월14일~2006년 4월2일 사이에 모두 만료됐다.
하지만, 경찰은 일부 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됨에 따라 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고, 미제사건수사팀,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 검토팀, 외부 전문가 등 57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려 사건의 진상 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한편, 당시 사건수사를 맡아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제 모델이었던 하승균(73) 전 총경은 “18일 유력한 용의자가 확인됐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 밤새 잠을 설쳤다”며 “아직도 연쇄살인사건 피해자들의 이름 등 사건 하나하나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을 하지 못해 원통하고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 전 총경은 사건 당시 ‘강력수사통’으로 불리며 활약하다 10여년 전 퇴직했다. 그는 유력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날 사건 브리핑이 열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직접 찾기도 했다
하 전 총경은 “현재 다른 범죄로 수감 중인 그를 만나러 교도소 면회를 할 생각이다. 목격자의 진술과 당시 자료가 내 머릿속에 다 있다”고해 이번 수사팀에서 상당한 자문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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