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0년대 경기 화성군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 가운데 8차 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20년간 수감됐던 윤성여(55)씨에게 국가가 18억7천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재판장 김경수)는 16일 윤씨와 그의 형제·자매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위자료로 윤씨에게 18억7천여만원, 형제자매 3명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윤씨가 누명을 썼던 ‘이춘재 연쇄살인’의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잠을 자던 당시 13살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뒤 숨졌던 사건이다. 윤씨는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유죄 판결을 받고 20년 동안 복역하다가 2009년 8월14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윤씨는 사건 발생 이듬해에 검거돼 1심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무기징역 선고받았다. 2·3심에서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9년 9월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이춘재씨가 자신이 당시 화성에서 있었던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하면서, 윤씨의 억울함을 풀 기회가 열렸다. 윤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20년 12월 사건 발생 32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심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경찰이 윤씨를 불법 체포, 감금한 상태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가혹 행위를 통해 자백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가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구금 기간 동안 줄어든 소득 감소액 1억3천여만원과 위자료 40억원 등이다. 여기에 윤씨가 재심 무죄 판결 뒤 수령한 형사보상금 25억여원을 공제한 18억7천여만원이 최종 배상액으로 인정됐다. 형사보상금은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의 구금일수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는 보상금이다.
윤씨는 이날 판결 뒤 취재진과 만나 “긴 세월을 그곳에 있다 보니 이런 날이 올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세상을 다시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앞으로는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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