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월 5차 화성연쇄살인 사건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아무개(56·교도소 복역 중)씨가 화성 사건 이외에도 5건의 살인을 더 저지른 사실도 털어놨다. 1986년 9월15일~1991년 4월3일까지 일어난 화성연쇄살인 사건 10차례 가운데 9차례의 범행을 자백한 것을 포함하면 모두 14건의 살인행각을 벌인 셈이고,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살해한 사실까지 합치면 8년 동안 모두 15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것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 2일 사건 브리핑을 열어 “이씨는 1986년 군 제대후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할 때까지 8년 동안 화성연쇄살인 사건 9건은 물론 다른 5건의 살인 등 모두 14건의 살인 범행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씨는 1986년부터 6~7개월에 한 번꼴도 살인 행각을 일삼은 것이다.
경찰은 “이씨가 교도소 접견 수사를 통해 ‘(처제 성폭행 살해를 제외하고)살인 14건, 강간과 강간미수 30여건’이라고 말했다”며 ”일부 사건은 범행 장소와 시기 등을 특정하기도 했는데, 어떤 사건은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자백의 신빙성과 객관성, 임의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기록과 사건 관련 증거물을 정밀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화성연쇄살인 사건 이외에 이씨가 저질렀다고 자백한 5건의 범행 일시와 장소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씨가 자백한 5건의 살인사건은 화성 일대에서 3건, 청주에 2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경찰은 이날 화성연쇄살인 4차 사건 증거물에서도 이씨의 디엔에이(DN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4차 사건은 1986년 12월14일 오후 11시께 당시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농수로에서 이아무개(당시 23살)씨가 스타킹으로 묶인 채 피살된 사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4차 사건의 증거물에서도 이씨의 디엔에이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의 디엔에이는 피해자의 속옷은 물론 외투 등 여러 증거물 가운데 속옷을 비롯해 모두 5곳 이상에서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화성연쇄살인 사건에서 이씨 디엔에이가 나온 사건은 5·7·9차 사건까지 포함해 모두 4건으로 늘어났다.
한편, 경찰은 9차례에 걸쳐 프로파일러 9명 등을 동원해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대면조사를 진행해 이같은 자백을 끌어냈다. 이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25년째 복역 중이다.
화성군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 태안읍사무소 반경 3㎞ 내 4개 읍·면에서 13~71살 여성 10명을 상대로 벌어진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같은 지역에서 반복된 살인사건이어서 경찰 강력범죄 수사 역사에 뼈아픈 오욕을 남겼다.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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