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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자녀들, ‘마약 가방’이 걸릴 줄 몰랐을까요?

등록 2019-10-04 19:55수정 2019-10-04 22:06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변종 대마를 밀반입하려다가 공항에서 적발된 홍정욱 전 의원의 딸 홍아무개(18)씨가 지난 30일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구치소에서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변종 대마를 밀반입하려다가 공항에서 적발된 홍정욱 전 의원의 딸 홍아무개(18)씨가 지난 30일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구치소에서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항에서 입국할 때 세관의 엑스(X)선 검색을 받은 경험들 많으시죠. 마약류, 총기류 등 사회안전 위해 물품을 영상 판독해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절차입니다. 최근 사회 부유층 자녀들이 이 엑스선 검색 과정에서 마약류를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됐습니다. 조기 유학으로 공항 검색을 숱하게 받았을 부유층 자녀들이 ‘마약 가방’이 걸릴지 몰랐을까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취재한 전국2팀 이정하인데요, 이 문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홍정욱 전 의원의 딸 홍아무개(18)양은 지난달 27일 인천공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하려다 적발됐습니다. 홍양은 어깨에 메는 배낭과 옷가지 등에 액상대마뿐만 아니라 혀에 붙이는 필름 형태로 만들어진 ‘엘에스디’(LSD), 암페타민(필로폰) 성분의 각성제 ‘애더럴’도 여러개 담아 입국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씨제이그룹 장남 이아무개(28)씨도 지난달 1일 미국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변종 마약인 대마오일 카트리지와 캔디·젤리형 대마 180여개를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씨 또한 홍씨처럼 마약류를 배낭과 여행용 가방에 담은 채 당당히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려다 세관에 발각됐습니다.

홍씨와 이씨는 미국에서 오랜 기간 유학 생활을 했습니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수없이 통과했을 공항 엑스선 검색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대마가 합법인 미국에서 생활하며 마약에 대한 경각심도 무뎌진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 생각 없이 ‘마약 가방’을 들고 오는 데 영향을 끼쳤단 거지요. 미국에서는 2012년 콜로라도와 워싱턴주에서 시작된 대마 합법화가 현재 10개 주로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 교민이 많은 로스앤젤레스(LA)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도 2017년부터 대마 판매와 흡연을 합법화했죠.

합법화 지역에서 판매되는 액상대마는 태워서 흡입하는 건초식 대마보다 5배가량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특유의 대마 냄새가 나지 않아 부유층 자녀들이 선호한다고 합니다. 캔디·쿠키·젤리·물파스·초콜릿 등 다양한 형태로 대마 제품이 유통돼 마약이라는 거부감도 덜해 유학생 사이에서 경계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대마를 쉽게 구매할 수 있고, 흡입 방식도 다양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씨제이그룹 이씨가 미국 엘에이 대마제품 판매점에서 대마오일 카트리지와 캔디·젤리형 대마 180여개, 1천달러어치를 쇼핑하듯 샀을 정도입니다. 조기 유학 생활을 한 부유층 자녀의 신종 대마 투약 사건은 또 있었죠. 올해 4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에스케이(SK)그룹 3세와 현대가 3세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 3세는 미국에서 함께 유학하며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액상대마 카트리지 등을 구매해 흡입했다 적발됐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부유층 자녀들이 마약류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마약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유층 자녀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큽니다. 이들 사건은 마약 청정지대였던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대마 합법화 지역에서 우리 국민이 대마류를 투약한 뒤 귀국하거나 국내로 반입을 시도할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편, 인천본부세관의 대마류 단속 현황을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인천공항에서 대마류 적발 건수는 358건, 적발량은 26.522㎏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에 견줘 적발 건수와 적발량이 539%, 288%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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