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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이씨, 의미있는 진술”…화성 8차 진범에 무게

등록 2019-10-11 10:48수정 2019-10-11 20:41

경찰 “이씨 자백 과정서 의미 있는 진술 확보”
범인 윤씨와 당시 수사기록 대조 조사도 마쳐
재심 위해 김칠준·박준영 변호사 등 참여
“유력 용의자 이씨 자백만으로도 충분한 사유”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아무개(56)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최근 경찰조사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해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합뉴스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아무개(56)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최근 경찰조사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해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아무개(56)씨가 ‘진범 논란’이 이는 화성 8차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유의미한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사건도 이씨가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은 8차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아무개(52)씨를 상대로 당시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 등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10일 브리핑을 열어 “8차 사건과 관련해 이씨를 대면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의 진술 내용이 무엇인지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일각에선 이씨가 자신의 범죄 행각을 부풀리고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허위 주장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현재 경찰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를 상대로 사건 당시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의 진술을 얻기 위한 수사기법을 동원하고 있으며, 8차 사건 수사기록을 정밀 분석하고 아직 남아 있는 증거물에 대한 감정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이 사건 수사기록과 증거물은 검찰에 모두 송치된 뒤 보존 기간이 끝나 2011년 이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최근 경기도 오산경찰서 문서고에서 당시 수사기록 사본을 찾아냈다. 또한 사건 당시 피해자 방 안에서 발견된 증거물인 토끼풀(클로버) 1점도 남아 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8차 사건 관련 증거물 가운데 토끼풀은 당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검찰에 넘기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꾸려진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꾸려진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이와 함께 경찰은 8차 사건의 범인으로 20년 동안 복역한 윤씨를 상대로 두차례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당시 수사기록 사본을 토대로 윤씨가 범인으로 몰리게 된 경위와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윤씨를 상대로 가혹행위를 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윤씨가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기로 밝힌 가운데, 김칠준 변호사와 박준영 변호사 등이 공동변호인단을 꾸리기로 했다. 김 변호사는 화성연쇄살인 2차와 4·5·7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사람들의 변론을 맡아 경찰의 가혹행위와 강압수사를 밝혀내 ‘화성사건 전문 변호사’로 불린다. 또한 박 변호사는 1999년 2월 3인조 강도가 일가족을 위협·살해한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난 ‘전북 삼례 나라슈퍼 강도 치사 사건’과 2000년 8월 일어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의 재심을 맡아 무죄를 증명해 재심 전문 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 변호사는 “11일 박 변호사와 윤씨가 만난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곧바로 재심 청구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성사건의 용의자가 8차 사건을 자신이 저지른 것으로 자백한 사실만으로도 재심을 개시할 수 있는 충분한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씨는 최근 경찰 조사와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에 체포된 직후 야산 정상으로 끌려갔다. (경찰이) 3일 동안 잠도 안 재웠고 조서도 경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 또한, 현장 검증도 경찰이 짜준 각본대로 진행됐다”며 경찰의 가혹행위와 강압수사 정황을 폭로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당시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주택에서 박아무개(당시 13살)양이 성폭행당한 뒤 피살된 채 발견된 사건으로, 범행 형태가 앞서 발생한 화성 사건과 달라 당시 경찰은 모방범죄로 결론 내렸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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