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동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23일 오후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범 논란’이 일고 있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직접 조사한 검찰이 23일 ‘재심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날 오후 2시 브리핑을 열어 “이 사건 조사 결과, 8차 사건 당시 수사기관의 직무관련죄를 확인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도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재심청구인 윤아무개(52)씨의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의 발견(이춘재의 진범 인정 진술)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직무상 범죄(불법감금·가혹행위) 확인 △윤씨 판결에 증거가 된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 허위 작성 확인 등을 사유로 들어 재심을 개시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의견을 법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은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된 8차 사건 현장의 체모 2점에 대한 감정을 위해 법원에 문서 제출 명령과 감정의뢰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과수 감정서 허위 작성 경위, 윤씨에 대한 가혹행위 경위 등 추가 진상규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재심 절차가 열리면 관련자를 증인 신청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밝혀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재심청구인 윤씨가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결정적인 증거 역할을 한 윤씨 체모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당시 윤씨를 조사한 경찰 수사관들이 윤 씨를 잠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아무개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지난달 13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박아무개(당시 13살) 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 사건 피의자 이춘재(56)씨의 자백 이후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한편, 법원으로부터 재심 개시와 관련한 의견 제출을 요구받은 검찰은 지난 10일 이씨를 부산교도소에서 수원구치소로 이감 조처해 조사해왔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