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등 지도부를 ‘살인죄’로 고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방역에 앞장서야 할 시장이 신천지에 대한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이 총회장을 비롯해 신천지 12개 지파장들을 살인죄, 상해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는 형법 제18조를 근거로 신천지 지도부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 방지 의무를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는 “부작위범이 되려면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책 등 보증인적 지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총회장에게는 법률적으로 보증인의 지위가 없다”고 말했다. 김태명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도 “가장 윗선이 부작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입증이 돼야 하는데, 이번 경우를 보면, 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서울시의 고발이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결과란 분석도 나온다. 신천지를 강하게 압박해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가장 우선 책임을 져야 할 곳은 정부와 지방정부인데, 지방정부의 수장인 박 시장이 책임을 전부 다른 곳으로 전가하는 모양새다. 이는 ‘노이즈 마케팅’을 통한 정치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과잉 정치는 이 사태의 책임을 지울 희생양을 찾는 현대판 마녀사냥식 폭력에 가깝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영석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신천지 지도부의 의중이 있었고, 그에 따라 조직적으로 교인들이 명단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었다”며 “수사기관에 이를 입증해달라는 차원에서 살인·상해 혐의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채윤태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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