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글로 올라온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에 6만여명이 동의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학들이 3월초로 예정된 개강을 2주 가량 연기하고 개강 이후에도 2주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수업권 침해를 내세우며 등록금 일부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의 대부분 대학들은 정부의 권고대로 이달 16일로 개강을 2주간 미루고, 16일부터 시작되는 강의도 2주간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대학의 새 학기 개강이 예정보다 4주 늦은 3월30일께야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학생들은 개강 연기로 수업일수가 1~2주 줄었고 학교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만큼 등록금 일부를 돌려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 글은 8일 현재 6만6천여명의 동의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단시간 내에 생산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강의’는 평소 ‘오프라인 강의’ 수준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로 이에 대해 일부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며 “또 개강 연기로 대부분의 대학이 학기를 14~15주로 단축해 학습권 보장 문제로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각 대학 게시판에도 등록금 환불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과 특성상 실기 위주로 수업이 이뤄지는데 등록금을 다 내는 게 아깝다고 느껴진다”, “학교 행사비 또는 강의비를 포함한 금액을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라도 보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로 꾸려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달 27일 1만2천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강 연기 및 온라인 수업 대체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응답자 중 83.8%가 ‘매우 필요하다’ 또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단체는 같은 달 28일 교육부와 면담해 학교별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에 학생 참가를 보장하고 등록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해온 학교들은 학생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에는 수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적 유지를 위한 행정 서비스와 수업 연구에 대한 투자 비용 등이 포함된다”며 “대학은 원가 회계 개념이 잘 정리돼있지 않아 환불한다 해도 적정 금액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여년간 같은 등록금 액수를 유지하며 학교 매출이 늘지 않는 상태에서 등록금 반환까지 이뤄진다면 대학들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예체능이나 이공계 등 실기 수업 위주로 이뤄지는 학과의 경우 온라인 강의만으로 부족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은 일리 있다. 먼저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한 뒤 추후 정부와 학생, 학교가 함께 이 문제를 신중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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