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경기 의정부갑에 전략 공천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예비후보가 지난 11일 의정부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영환 예비후보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이 6번이나 당선된 경기 의정부갑에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영입 인재 5호’인 소방관 출신의 30대 오영환(32)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하자 지역 당원과 당직자들의 집단 사퇴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안병용 의정부시장까지 나서서 “일면식도 없는 나이 어린 후보”라고 평가절하하는 상황이다.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오 예비후보는 지난 10일 선관위에 등록한 뒤 다음날인 11일 의정부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했지만, 중앙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해온 지역 시·도의원이 1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출마 선언 때는 윤호중 사무총장과 김경협 경기도당 위원장, 최재성·표창원·정청래 의원 등이 참석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경기 중북부 총선을 지원하는 이아무개 전문위원이 지역 시·도의원들에게 오 예비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총선 관련 간담회를 연다며, “불참하면 해당 행위로 판단하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일부 시의원에게 보내 논란을 키웠다. 한 시의원은 “회기 중이라는 사정을 전달했는데도 강압적인 문자를 보낸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전문위원은 “시·도의원 일정에 맞춰 6일 전에 간담회 날짜를 정했고, 회의 1시간 전까지 연락이 두절된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4·15총선 경기 의정부갑에 전략 공천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예비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영환 예비후보 제공
스스로를 문희상 의장의 ‘정치적 아들’이라 일컫는 안병용 의정부시장도 이 논란에 가세했다. 안 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면식도 없는 나이 어린 후보가 회기 중인 자당 시·도 의원들을 일방적으로 소집하고 참석하지 않으면 해당행위라고 문자로 겁박했나? 이런 무례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적었다.
안 시장은 앞서 지난 5일에도 페이스북에 “정치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수단, 권력을 쟁취하는 전쟁이다. 전쟁은 이길 수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큰 길로만 가려고 하면 세상은 거기 그대로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권력은 도전하는 자의 것, 그리고 쟁취하는 것”이라며 문희상 의장의 아들 문석균 지역위원회 부위원장에 무소속 출마를 부추기는 듯한 글을 올린 바 있다.
앞서 의정부갑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당직자 400여명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당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지역과 전혀 연고가 없는 생면부지의 영입인사를 전략공천한 것은 폭거”라고 주장하며 집단 사퇴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문 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부위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부위원장은 지난 1월 당원·지지자 등 3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북콘서트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당 안팎에서 ‘아빠 찬스’ ‘지역구 세습' 등 비판이 가열되자 출마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는 지역 당원과 지지자들이 오 예비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거듭 권유하자, 최근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부위원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의 강한 요구에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결정은 남겨둔 상태”라며 “다음 주 중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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