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포 금지.>
44.8%. 임기를 2년도 남기지 않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로는 양호한 수치다. 문제는 국면과 추세, 하강 속도다. ‘케이(K)방역 신드롬’을 타고 한때 70%를 넘나들던 긍정 평가는 어느새 부정 평가에 추월당했다. 지리멸렬하던 야당 지지율도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여당의 무덤’이라는 집권 4년차 총선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거둔 지 채 100일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사건 등 최근 잇따랐던 악재의 여파로만 돌리기엔 징후가 심상찮다.
리얼미터가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유권자 2516명을 상대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해 2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3.9%포인트 떨어진 44.8%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2주차(41.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전주보다 4.5%포인트 오른 51.0%로,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정당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 35.3%, 미래통합당 31.0%로 조사돼 지난 2월 미래통합당 창당 이래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가장 작았다.
여권에서는 핵심 지지층인 여성과 30대의 이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6.6%포인트 ↓)과 30대(14.4%포인트 ↓)의 지지율 하락폭은 평균치(3.9%포인트 ↓)를 웃돌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의 충격과 민주당의 미흡한 사후 대처가 여성 지지층에, 부동산 이슈가 아파트 실수요층인 30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3040의 지지율은 크게 흔들린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30대가 대거 이탈한 게 심상찮다. 현재로선 악재를 조기에 수습하고, 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내 흔들리는 ‘코어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지금의 위기는 야당의 발목잡기가 아닌, 여당의 자멸적 행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의 후반기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정치적 자만과 윤리적 무장해제가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원철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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