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진 강남병에 출마한 민주당 김한규 후보가 거리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한규 후보 SNS 갈무리.
전통적으로 미래통합당의 텃밭으로 분류된 서울 강남구가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핫한 선거구로 부상하고 있다. 강남병에 김한규 후보를 전략 공천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만큼은 보수의 아성에 균열을 낸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판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는 통합당도 강남만은 내줄 수 없다고 벼르고 있다.
강남구는 민주당에게 ‘사지’로 통한다. 2011년 서울시장의 사퇴로 이어진 무상급식 찬반투표에서 서울시 전체 투표율은 25.7%에 그쳤으나 강남 일부 지역은 60% 넘게 반대표가 쏟아진 바 있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성향 후보에게 70%를 웃도는 몰표가 나온 곳이다.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서울에서 42.3%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강남에서 35.4%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남권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알려진 강남병에 도전장을 내민 이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인 김한규 민주당 후보다. 서울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16년째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 후보는, 보수 야당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박원순·이해찬 캠프와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해왔다.
김 후보의 경쟁자는 박근혜 정부 때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통합당 후보다. 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친박계 4선 유기준 의원의 동생으로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인 유 후보는 자칭 경제전문가를 표방하고 있다.
삼성동과 대치동·도곡동 등이 포함되어 있는 강남병은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의 텃밭이었다. 험지로 불리는 강남병에 전략공천을 받은 김 후보의 선전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인 이유다. 정시 비중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 정상화, 1세대 1주택 종부세 문제 현실화와 코로나 19 민생경제법안 패키지 등을 공약으로 내건 김 후보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차등 없이 지급할 것과 소상공인 임대료 및 이자를 6개월간 일시유예하는 법안 등 소상공인보호지원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 후보는 타워팰리스 등 대표적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선거구에 맞게 아파트 공시가격 인하와 부동산보유세 인하 등을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 “집 가진 사람을 죄인으로 모는 건 주택정책이 아닌 주택정치”라고 일갈하는 유 후보는 강남 도심 재생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강남병 상황은 강남을에서 역전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16년만에 보수 정당을 누르고 입성한 곳이기 때문이다. 강남을 탈환을 벼르고 있는 통합당은 8년 만에 정계에 복귀한 3선 출신 박진 후보를 이곳에 전략공천했다. 20대 총선에서 전현희 후보는 6624표 차이로 당선되었는데 세곡동에서만 4191표 차이가 벌어졌다. 선거사무실을 세곡동 한복판에 마련한 박 후보는 세곡동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치과 의사 출신 변호사인 전현희 후보는 지난 4년간 지역구에서 의정활동을 할 때마다 가슴에 해바라기를 달고 다녀 해바라기의 기적으로 불린다. 두 후보는 오차범위안 접전을 벌이고 있다.
강남갑에 출마한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영사 출신의 태구민(태영호) 통합당 후보. 연합뉴스
통합당이 우위를 보이는 강남갑에서는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영사를 지낸 새터민 태구민(태영호) 통합당 후보가 앞서고 있고 그 뒤를 4선을 지낸 김성곤 민주당 후보가 뒤 따르고 있다. 강남갑에 두번째 도전하는 김 후보는 자신이 안보 분야의 전문가임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이력에다 미국의 군사기밀을 대한민국에 넘긴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로버트 김의 동생이라는 가족사까지 더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강남 선거구는 민주당 후보들이 보수 정당 후보들에 비해 늘 20~30%p 가까이 뒤쳐졌던 것을 9%대로 격차를 크게 좁히며 선전하기도 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거주하는 60대 유권자 ㄱ씨는 “지난 총선 때 강남지역에서 보수정당 득표가 15~20% 정도 떨어진 것을 보면 강남이 보수정당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는 것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강남구민인 전아무개(42)씨는 “후보자 토론회 영상과 공보물을 꼼꼼히 확인하고 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선택할 것”이라며 “누구든 당선을 거저 먹으려고 하면 큰 코 다칠 것”이라고 했다. 반면, 60대 유권자 김아무개씨는 “세금 폭탄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서 반드시 정권 심판을 해야한다고 본다”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여당 후보에 투표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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