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개표요원들이 비례정당 투표용지를 수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사하구갑부터 청주 서원·성남 분당갑·을·인천 미추홀을까지 21대 총선에선 마지막 개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피 말리는 승부처가 여럿이었다. 후보자 본인과 더불어 지지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순위가 뒤바뀔 때마다 환호와 탄식의 순간을 오락가락했다. 막판 역전극이 대부분이었지만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경우도 없지 않았다.
먼저 대역전극이다. 부산 사하구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53) 후보는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미래통합당 김척수(57) 후보를 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자정을 넘겼을 때는 4.8%포인트까지 차이가 벌어져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16일 새벽 1시께 최 후보가 지난 4년 동안 공을 들였던 괴정동에서 김 후보에게 표가 쏠리며 역전이 일어났다. 이어 김 후보가 1천여표까지 앞서나가며 최 후보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16일 새벽 4시께 마지막 사전투표함 개표가 시작되며 대역전극이 일어났다. 최 후보에게 1900여표가 더 쏟아진 것이다. 결국 최 후보는 0.9%포인트(697표) 차이로 당선됐다.
7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기지역 최대 경쟁률을 보인 성남 분당을에서도 역전극이 벌어졌다. 당초 방송사 출구조사에선 미래통합당 김민수 후보가 득표율 48.9%로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를 4% 포인트 앞서 1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초반 개표에서도 출구조사보다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김민수 후보가 승리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16일 오전 0시를 넘기며 김병욱 후보의 득표율이 뛰기 시작했고, 새벽 2시께 사전투표 결과가 반영되면서 김병욱 후보가 4045표 차로 대역전극을 만들어내 당선됐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경우도 있다. 충북 청주 서원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장섭(57) 후보와 이 선거구에 7번째 출마한 최현호(62) 미래통합당 후보 사이에 숨 가쁜 승부가 벌어졌다. 최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이 후보를 1%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몇몇 언론사와 당선 인터뷰도 미리 했고, 당선 소감문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16일 새벽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이 후보가 5만4118표(49.85%)를 얻어, 5만784표(46.78%)에 그친 최 후보를 3334표(3.07%) 차로 눌렀다. 앞서 최 후보는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현역 오제세 민주당 의원에게 1318표(1.29%)차로 석패했다.
마치 경마경주 같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선거구도 있었다. 성남 분당갑에서도 미래통합당 김은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후보 사이에 ‘진땀 승부’가 이어졌다. 김은혜 후보는 초·중반 개표에서 10% 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보이며 앞서 나가 언론인터뷰에 응하는 등 승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16일 새벽부터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득표율 차이가 급격히 좁혀져 긴장을 더 했다. 결국, 김은혜 후보가 0.8%포인트(1128표) 차이로 힘겹게 이겼지만, 개표 내내 숨돌릴 겨를 없었다.
지역관리의 힘을 보여준 선거결과도 있다. 인천 동구·미추홀을에선 20대 이어 이번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상현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미래통합당 안상수 후보를 제치고 생환에 성공했다. 2위인 남 후보와 득표 차는 171표에 불과했다. 이 지역에서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에서 컷오프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 때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했다. 김기성 김광수 오윤주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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