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지난 1일 외래 진료를 중단한 경기 의정부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이 20일부터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한다. 의정부성모병원 제공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기 의정부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이 20일 응급실부터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한다. 지난 1일 외래 진료를 전면 중단한 뒤 20일 만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20일부터 응급실 문을 열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분만, 외상, 급성 심근경색·뇌경색 환자 등 초응급 환자가 우선 진료 대상이며, 48시간 내 코로나19 진단 검사 음성 판정 기록이 있어야 한다.
의정부성모병원 관계자는 “전수 조사 결과, 지난 4일 이후 15일간 병원 내 감염자가 없어 개원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지역사회의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응급 진료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도 “환자 보호자와 간병인 등 진단 검사가 거의 마무리됐고 확진자도 이미 다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달 29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주 동안 퇴원자 등 6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확진자 68명 가운데 52명(76.5%)이 이 병원 8층 병동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어떻게 바이러스가 유입됐는지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기 의정부시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이 20일 응급실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문을 연다. 의정부성모병원 제공
방역당국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달 29일 이 병원 8층에 입원한 ㄱ(75)씨가 첫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약 4시간 만에 숨졌다. ㄱ씨는 양주 베스트케어 요양원에 입소해 생활하다가 폐렴 증세가 악화해 지난달 16일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어 17, 18일 두차례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8층 병동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의 확진 이후 이 병원에서는 하루 만에 같은 층에 있던 환자 2명이 잇따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ㄱ씨가 입소했던 요양원을 감염 경로로 의심했으나, 양주시가 이 요양원 직원과 입소자 등을 전수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이에 ㄱ씨가 8층 다른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8층에는 폐 등 호흡기 계통 환자들이 주로 입원해있는데, 이 병원 확진자 중 8층 병동에 머물렀던 확진자가 44명(64.7%)이며 8층 관련 2~3차 감염까지 더하면 52명(76.5%)이다. 병원 안 확진자는 입원 환자, 의료진, 간병인 등 19명으로 집계됐으며, 나머지는 ㄱ씨가 확진되기 전 퇴원한 환자이거나 이들의 보호자, 접촉자 등 병원 밖 확진자다. 이 병원 8층 병동에 입원해 치료 중 숨진 80대 여성의 딸 5명과 가족 1명 등 6명이 뒤늦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철원에서는 감염자 가족과 그 가족의 지인 등 2~3차 감염이 일어나 8명이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숨진 ㄱ씨보다 발병일이 빠른 환자 4명을 확인해 심층적인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의정부성모병원 관계자는 “외래에 대한 진단 검사를 철저히 해 외래에서 유입되지는 않았고, 8층 병동 환자의 보호자나 간병인에 의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도 2차 감염 피해자인데 방역당국이 ‘의정부성모병원 관련'으로 함께 집계해 집단 감염의 진원지인 양 취급받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20일부터 경기 고양시의 ‘승차 진료형’ 선별진료소 운영이 잠정 중단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편, 2월26일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승차 진료형(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도입한 경기 고양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20일부터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그동안 이 선별진료소에서는 1800여명의 검체를 채취했으며 이 가운데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승차 진료형 선별진료소는 국내외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 우수 사례로 꼽혀 국내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양시 관계자는 “국내 대도시를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이란, 카자흐스탄 등에서 벤치마킹한 뒤 승차 진료형 선별진료소를 채택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 즉시 재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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