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승강이를 벌이는 사이,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양한 유형의 재난지원금을 도입해 지급 절차를 밟고 있다. 경기도가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을 펴고 도내 시·군들도 이에 동참한 게 대표적이다. 경남도가 ‘중위소득 100% 이하’(하위 50%) 도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자 고성군에서 ‘상위 50%’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정책실험이 펼쳐지고 있다.
21일 현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경기·경남·경북·전남·대전 등 9곳에서 정부와 별도로 전체 주민 또는 일부 계층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가장 순발력 있게 움직인 곳은 이재명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다. 1조3천억여원을 들여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일괄 지급하기로 하고, 지난 9일부터 지원을 시작했다.
경기도는 관할 기초자치단체들이 별도로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1인당 1만원씩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에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30곳에서 남양주시(하위 70%에게 10만원씩)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군에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섰다.
한 경기도민은 “의외로 많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고, 평소처럼 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편리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선불카드 발행액 한도가 50만원인데, (시에서 4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포천시처럼) 1인당 50만원을 받을 경우엔 4인 가족에게 선불카드 넉장을 발급해줘야 해 정부에 선불카드 상한액을 조정하도록 건의했다”며 “오늘(21일)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한도를 300만원으로 올렸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변화를 견인해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대구·경북 지자체들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구는 중위소득 100% 이하(하위 50%)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 3일부터 신청을 받아 가구별로 50만~90만원을 10일부터 지급하고 있다. 20일 현재 지원 대상인 45만가구 가운데 13만7천여가구에 914억4100만원이 지원됐다. 경북도는 ‘중위소득 85% 이하’로 범위를 더 넓게 잡고,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50만~80만원을 지급한다. 20일 기준 지급 대상인 35만5천가구 가운데 3만8천여가구에 222억원을 지원했다.
경남도에서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구성원 수에 따라 20만~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8곳에서 도와 별도로 추가 지원에 나섰는데, 고성군은 경남도 지원에서 제외된 ‘상위 50%’ 군민에게 가구원 수에 따라 20만~5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고성군에서는 모든 군민이 혜택을 보는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서울시에서도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30만~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도 실업급여·기초연금 수급자 등 19만5천여명에게 현금 40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홍천 내면에 사는 김종국(80)씨는 “강원도에서 지급한 긴급 생활안정 지원금 40만원이 4월 초에 통장으로 들어왔다.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운 형편이라 일단 병원비 등 시급한 곳에 요긴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124만 모든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정부와 매칭해 소득하위 70% 87만가구에 40-100만원을, 인천시 자체 추가지원으로 소득상위 30% 37만가구에 25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전북은 도 차원 지급은 검토되고 있지 않지만,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재난소득 지급에 나선 전주시(5만여가구에 52만7천원) 등 9개 기초단체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거나 추진 중이다.
송경화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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