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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K방역’ 큰 위력… 공공의료 확충 과제로”

등록 2020-05-27 05:00수정 2020-05-27 08:44

‘코로나19 현장, 전문가에게 듣다’ 좌담회
서울·경기·대구 현장 뛴 의료·방역 전문가들
“정부-지방정부 긴밀한 소통, 시민의식 빛나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는 사고 전환 필요”
2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현장, 전문가에게 듣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순혁 <한겨레> 전국부장,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 전성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윤미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 이경수 영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현장, 전문가에게 듣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순혁 <한겨레> 전국부장,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 전성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윤미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 이경수 영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구에서 하루 700명씩 확진자가 나올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몇달간 밤을 새운다는 각오로 검체 조사를 했고, 이제는 하루 500명도 거뜬하다”,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위대한 시민의 협조로 위기를 버텼지만, 공공의료 확충과 등의 과제도 남겼다.”

대구와 서울, 경기도의 코로나19 집단감염 현장을 진두지휘한 의료·방역 전문가들이 지난 4개월간의 재난 상황을 되짚으며 한 말이다. 26일 서울 중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현장, 전문가에게 듣다'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대구 신천지 집단감염의 위기 상황부터 세계가 주목하는 케이(K)방역 선진국으로 거듭나기까지 문제점과 교훈을 되새겨 새로운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세계가 인정한 ‘일등 방역’ 비결

전성환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을 좌장으로 한 이번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먼저 정부의 달라진 대응과 신속한 진단, 시민들의 협조가 성공적인 방역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는 “2015년 메르스 때와 비교하면 지금 정부는 감염병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증상 발현 뒤 확진을 받고 입원하기까지 과정 대부분이 3일 안에 이뤄졌다는 서울시 지표도 있다. 신속한 조사와 격리 치료가 감염을 차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전성환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왼쪽)과 윤미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
전성환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왼쪽)과 윤미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

윤미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도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진단검사가 중요하다. 사스와 메르스 때는 중앙이 (검체 조사)를 주도하고 지방이 보완하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각자 역할을 조정하며 신속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소속으로 두달 넘게 대구시청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며 방역 일선을 지켜온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구에선 집단감염 발생 뒤 시민 75%가 이동을 멈췄다는 통계도 있다.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면서 감염과 확산을 모두 예방한 시민의식은 외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의료인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과 함께 민간의 희생도 중요했다”고 했다.

이들은 메르스 때의 뼈아픈 실패가 제도적·문화적으로 또다른 감염병 유행에 맞설 수 있는 반면교사가 됐다는 데에도 공감했다.

■ 공공의료 확충 등 과제 남아

간담회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부족한 공공의료의 확충과 감염병 대응 체계 정비의 과제도 남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창보 대표는 “대구 같은 집단감염이 서울에서 터졌다면 정말 끔찍했을 거다. 제한된 공공 병상에서 하루 수백명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한다면 의료시스템이 붕괴했을 수 있다. 공공의료 인력의 충원문제와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약직에 승진기회 등도 주어지지 않는 등 처우 문제로 공석인 경우가 많은 지자체 역학조사관(의사)이 대표적이었다.

이경수 교수 “공공의료시설 부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병원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민간병원이 코로나 환자를 받을 때는 병원을 폐쇄할 경우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 등이 중요한데, 메르스 때는 행정부의 경직된 일처리로 인해 결과적으로 보상이 부족하다는 인식들을 심어줬다. 위기 때 민간병원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료 확충으로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없는 만큼 어느 정도 상황이 심화하면 민간 의료자원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때 원활한 전환을 위한 섬세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왼쪽)와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과 교수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왼쪽)와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과 교수

■ 질병관리청-지방정부 역할 충돌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두고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조율할 대목이 많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지방에서 방역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지방정부와의 역할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김창보 대표는 “보건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청 승격을 지지하는데, (질병관리청 산하로) 지방에 청을 둘 경우는 고민과 우려가 있다”며 “도시정책이나 종합적 행정 속에서 방역이나 안전대비가 이뤄져야 하고, 질병을 넘어선 다양한 재난에 대응하며 대응력을 높여야 하는데 (지자체가 아닌 질병관리청의) 지방청이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불필요한 혼란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윤미혜 원장도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청에서 승격하면서 지방에 6개 청을 만들었는데, 기존에 있는 지자체 보건환경연구원과 업무가 중복돼 적잖은 혼란이 있었다”며 “질본의 독립·전문성을 강화해 전문적인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지지하지만, 질본을 청으로 승격해 지방청을 뒀을 때 지방정부의 역할과 권한이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있다. 또 최근에 (지자체 산하) 보건환경연구원과 보건소 등을 많이 강화해왔는데, 이를 다 사장하지 말고 잘 활용해 공조체제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수 교수는 “별도의 지방청이 생기면 그동안 재난 상황에 대응해온 지방정부와 역할 충돌이 불가피하다. 국민 건강과 관련된 재난 상황은 내용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피해를 국민이 보는 게 아닐지 겁난다. 1분 1초가 시급한 상황에서 각 대표를 한자리에 모으고 협조 요청을 하면서 신속한 대응 시스템이 잘잘 작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위드 코로나’ 시대를 위하여

당분간 코로나19 완전 종식은 불가능한 만큼 ‘공존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경수 교수는 “감염병과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은 감내하면서 생활하도록 생각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가장 고위험군인 클럽과 술집을 열어 놓고, 저위험군인 학교와 공공시설을 폐쇄하는 예처럼 앞뒤가 바뀌었다”며 “민간시설을 폐쇄할 경우 보상 문제가 있지만, 기준을 잘 세워 저위험군부터 풀어주며 가야 한다. 또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며 온라인 콘텐츠로 학업을 이어가도록 하다가 나으면 바로 학교로 다시 나오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문제 생기면 폐쇄하고, 무조건 격리하는) 파행적인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미혜 원장은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점이 필요한 때이고, 이를 위해서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만큼 언론 등의 홍보와 교육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성환 사무총장도 “미국은 코로나19를 ‘적’이라고 하고, 프랑스는 ‘전쟁’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독일은 ‘위기’, ‘도전’이라는 표현을 쓰더라”며 “코로나에 대한 여유(유도리)와 개방적인 태도 같은 게 필요해 보인다”고 호응했다.

김창보 대표는 “지난 2월 서울재활병원에서 작업치료사가 확진돼 추가 감염이 우려됐지만, 단 한명도 추가 발생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는 철저한 위생 관념을 가진 대표의 행정지침, (직원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주저하지 않고 보고하고 이를 수용해주는) 허물없는 소통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병원처럼 방역수칙을 지키고 아플 때 (눈치보지 않고) 바로 퇴근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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