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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몰라서…” 이춘재에 희생된 초등생 아버지, 뒤늦게 헌화

등록 2020-07-07 14:55수정 2020-07-07 15:45

31년전 이춘재에 희생된 화성 초등생에 유가족·경찰 헌화
“경찰이 감춰서 그동안 모르고 지내…뼈 한줌도 못찾아 원통”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살해 사실을 자백한 ‘화성 실종 초등학생’의 유가족이 7일 오전 실종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원에서 헌화를 한 뒤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살해 사실을 자백한 ‘화성 실종 초등학생’의 유가족이 7일 오전 실종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원에서 헌화를 한 뒤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동안 (딸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는 게 너무나도 원통합니다….”

1987년 7월7일 낮 12시30분께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던 이른바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희생자 김아무개(당시 8살)의 넋을 달래는 헌화 행사가 7일 당시 사건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열렸다.

31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행사에 참여한 유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김양의 아버지 김용복(69)씨는 “(당시 수사관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감춰서 뼈 한 줌도 못 찾게 했느냐. (이 근처가) 개발되기 전에라도 시신을 찾았더라면 뭐라도 발견했을 텐데… 이춘재보다 경찰이 더 나쁘다”고 당시 수사관들을 원망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곳은 김양이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 등 유류품들이 발견된 야산이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근린공원으로 바뀌었다. 등산로 바로 옆 비탈진 산자락에 국화꽃 한 다발을 올려놓은 김양의 아버지는 아무 말 못하고 한참을 울먹이며 숨을 골랐다. 그는 “민방위 훈련에 따라가겠다던 딸을 못 오게 하며 때린 게 지금도 후회된다. 지금이라도 좋은 데서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고 힘없이 말했다.

이른바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추정되는 경기도 화성시 한 근린공원에 7일 오전 유가족과 경찰 등이 헌화한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추정되는 경기도 화성시 한 근린공원에 7일 오전 유가족과 경찰 등이 헌화한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에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사건 수사팀과 피해자보호계 소속 직원 5명도 찾아 헌화하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재수사한 경찰은 최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양 실종사건’을 살인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주검이 발견되지 않아 그동안 실종사건으로 분류됐으나, 경찰은 30여년 전 당시 형사계장 등 경찰 2명이 김양의 유골 일부를 발견하고도 은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11월 김양의 유골 등을 찾기 위해 이 근린공원 일대에 연인원 1180명과 지표투과 레이더(GPR) 5대 등 장비를 투입해 6942㎡를 9일 동안 수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앞서 이춘재 이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자백한 바 있다. 한편, 김양의 가족은 당시 경찰의 증거인멸로 살해사건에 대한 실체규명이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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