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주택도시공사가 신혼부부 등 젊은층과 고령자 등을 위해 성남 판교에 추진 중인 공공임대주택. 경기주택도시공사 제공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경기도가 하남·과천·안산 등에 조성될 수도권 3기 새도시에 역세권을 중심으로 무주택자면 누구나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경기도형 기본주택’ 공급 방침을 내놨다. ‘로또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분양 위주 주택공급을 다변화하자는 취지다. 기본소득에 이어 경기도발 정책이 시장과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21일 “주거 불안정이라는 사각지대에 놓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경기도 기본주택’을 도입해 3기 새도시에 공급될 주택공급 물량의 50%를 경기도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기본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무주택자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기존 공공임대가 무주택자 가운데서도 소득, 자산, 나이 제한을 엄격하게 두는 바람에 저소득층 거주시설로 ‘낙인’찍혔는데, 중산층도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시세 95%를 임대료로 내야 하는 중산층 임대와 달리, 임대료는 중위소득 20% 이내에서 임대주택 운영비 수준으로 낮게 책정할 방침이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서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면서 사실상 평생 거주가 가능하도록 한 셈이다. 임대보증금은 월 임대료의 50배(1~2명)~100배(3명 이상)로 공공사업자의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책정할 계획이다.
‘경기도형 기본주택’은 이르면 3기 새도시 가운데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하남 교산지구(3만2천호·경기주택도시공사 지분 30%)를 비롯해 안산 장상(1만3천호·20%), 과천(7천호·45%)과 더불어 용인 플랫폼시티(1만1천가구·100%) 등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공사 지분의 50%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할 예정인데, 이들 지구에서 공사 쪽 지분을 고려하면 경기도 기본주택은 최소 1만3천호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필수다. 경기도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에 경기도형 기본주택이라는 임대주택 유형 신설 △역세권 등 핵심지역에 임대주택 용지 공급 및 용적률 500% 상향 △주택도시기금 융자 이율 1%로 인하 등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와 제도 개선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앞서 올해 초 수원 광교새도시 안 수원지법·수원지검 이전 부지를 분양이 아닌 중산층 임대아파트로 분양한 바 있다. 다만 530여가구로 규모가 적은데다, 임대보증금이 시세의 90%여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며 “좀 더 많은 무주택자가 비싼 분양이 아닌 공공임대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30년 공공임대주택이 있고, 서울주택도시공사도 20년 장기임대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 입주자격이 확대되는 차이는 있지만, 정부 공공임대정책과 크게 다른 것 아니다”라며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경기도와 향후 논의를 진행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날 소득에 상관없이 무주택자나 장애인, 1인가구, 고령자 등이 주변 시세의 80% 수준 임대료만 내고도 살 수 있는 ‘토지임대부 협동조합형 사회주택’도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축물은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주체가 소유하는 장기임대주택이다. 입주의 벽이 높은 공공임대주택과 임대료가 비싼 민간임대주택의 단점을 보완하는 취지로 도입된다.
사회주택 시범사업은 사회적 경제 주체가 사업 희망 토지를 제안하면 도가 매입해 30년 이상 저가로 임대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추진된다. 임대 용지에 사업 주체가 주택을 건설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관리하고 조합원에게 임대한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