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안에 있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12·16 부동산 대책’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정희찬 변호사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기획재정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중 일부 위헌확인’ 사건을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12·16 대책의 핵심인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처가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헌 결정이다.
사건 청구인인 정희찬 변호사는 자신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아파트 1채를 담보 삼아 새 아파트 구매를 위한 대출을 받으려다, 2019년 12월 발표된 ‘12·16 대책’으로 대출이 막히자 다음날인 17일 곧바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정 변호사는 “국민이 재산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금전을 대출하는 것은 재산권 행사의 대표적인 모습이고, 이를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라며 “이 사건 조치는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한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하고,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수의견은 정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남석·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가 ‘행정지도’였지만 은행법 34조 등에 근거 규정이 있기 때문에 ‘행정행위에는 법률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과잉금지원칙 관련해서는 ‘금융기관 관리 차원에서 부동산 부문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는 걸 막기 위해서였고, 수요 억제를 통해 주택가격 상승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서 수단도 적합하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4명의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문형배 재판관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을, 이선애(퇴임)·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법률유보원칙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문형배 재판관은 ‘12·16 대책’이 ‘은행 경영의 건전성 유지’라는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 조치 이전까지 주택담보대출은 엘티브이(LTV) 40%로 규제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조치가 은행 경영의 건전성에 기여하려면 규제 시행일인 2019년 12월17일 당시 해당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 시가가 조만간 40% 이하로 폭락할 것이 예상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티브이(LTV) 40% 제한으로는 부족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 재판관은 “금융위는 현재까지 이를 증명할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사건 조치가 ‘은행 경영의 건전성 유지’라는 목적에 기여하지 못하고 부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대책의 법적 근거가 미비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들 재판관은 “금융위가 이 사건 조치의 법적 근거로 든 은행업감독규정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에 관한 내용이나 초고가 아파트를 정의하는 규정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초고가 아파트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라는 정의 규정이 들어간 은행업감독규정이 시행된 것은 대책 발표 후 1년 가까이 지난 2020년 12월3일이라며 “대책 시행 당시엔 이를 뒷받침할 법령상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짚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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