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샤워기 필터 속 유충 모습. 연합뉴스
인천 수돗물 유충 발생 사고와 관련해 인천시가 실제 유충이 검출된 가정에 한해 피해보상을 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손해배상 집단소송으로 이어진 전례도 있어 보상 문제를 놓고 시와 주민간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시는 유충이 발견된 피해가구에 대해 필터 교체비용(샤워기, 정수기)을 지원한다고 23일 밝혔다. 또 유충이 발견된 공동주택은 저수조 청소비용을 지원하며, 관련 영수증과 확인 서류 등 증빙자료를 추후 보상 신청때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실제 유충이 검출된 가정에 한해 피해보상을 결정하면서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유충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실제 유충이 발견된 건수는 232건이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가구가 232곳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발생 당시 피해 지역 전체 석달 치 상하수도 요금 감면, 생수 구매비, 저수조 청소 및 필터 교체비 등을 모두 지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생수 및 필터 교체 등 주민 보상비로만 26만가구에 66억원이 투입됐다.
유충 발견 이후 공촌·부평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서구·강화·영종·부평·계양지역의 많은 가정에서 수돗물 사용 불안감과 유충 발생 확인을 위해 속이 투명하게 보이는 샤워기 필터로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가 유충 발생 지역을 대상으로 수돗물 음용을 자제해달라고 안내하고도, 생수 구매 비용은 보상에서 제외해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구 거주 이아무개(54)씨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올까 봐 주변 사람들 모두 투명한 필터로 교체하고, 정수기가 있는데도 생수를 사서 사용하고 있다”며 “상수도 관리를 엉터리로 해서 발생한 피해를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유충 발생 사고가 정수장 관리 부실로 드러날 경우,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00% 인재나 다름없다’는 결론이 난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서구 주민 7000여명이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 서구 수돗물 정상화 민·관 대책위원회 주민대책위(소송인단 5300여명)’와 청라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청라총연(소송인단 1200여명)’은 각각 “인천시가 고의 또는 과실로 적수 사고를 발생하게 했으며 필요한 조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소장은 지난해 11월쯤 접수됐지만, 재판은 아직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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