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가 교회발 집단감염 사태가 급속히 확산함에 따라 9일부터 21일까지 휴일 없이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고양안심카 선별진료소'를 다시 운영한다. 고양시 제공
경기 고양시 풍동 반석교회 등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어린이집과 원생을 거쳐 원생 가족과 그 지인, 지역사회 공동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9일 고양시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날 낮 12시 현재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에 소재한 반석교회 관련 확진자가 8명 늘어 총 2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첫 환자를 포함한 교인이 10명, 가족 및 지인이 2명, 직장 관련이 12명이다. 특히 이 교회 확진자를 통해 풍동 시립숲속아이어린이집에 이어 지역사회로까지 코로나19가 차례로 ‘n차 감염'이 확산된 상황이다.
이날 오전 9시 60대 여성 ㄱ씨(고양시 116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ㄱ씨는 자원봉사센터 매니저로, 지난 6일 주민자치위원인 60대 ㄴ씨(고양시 108번)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ㄴ씨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시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3살 원아(고양시 105번)의 외할머니다.
앞서 방역당국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반석교회 확진자 중 이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20대 보육교사(고양시 101번)가 포함됨에 따라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ㄴ씨를 포함해 ㄴ씨의 둘째·셋째딸, 사위, 손녀 3명 등 3대 일가족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첫째 딸과 첫째 딸의 아들은 현재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어 ㄴ씨가 속한 풍산동 주민자치회 위원인 50대 남성(고양시 114번)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관계 당국은 ㄱ씨가 지난 6일 도시관리공사 2층에서 매니저 간담회를 하고,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사실이 파악돼 추가 검사를 할 예정이다.
고양시는 ㄴ씨 등 풍산동 주민자치위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주민센터를 11일까지 폐쇄한다. 민원 사항은 인근 식사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고양시의 또 다른 교회인 덕양구 주교동 소재 기쁨153교회 관련 확진자도 2명이 늘어 총 20명이 됐다. 교인이 8명, 가족 및 지인이 1명, 직장 관련 확진자가 11명이다. 이 교회 목사가 서울 강남구 ‘엘골인바이오'라는 다단계 판매업체에 속해 있는데 이 업체와 관련해 1명이 추가로 확진됐고, 또 해당 목사의 부인이 근무하는 경기 양주시 산북초 교직원 1명이 새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두 교회 관련 확진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총 4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 이재준(가운데) 경기 고양시장이 고양시청에서 고양시 민·관 의료 협력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고양시 제공
고양시는 교회발 집단감염 사태가 급속히 확산함에 따라 9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관내 종교시설 소모임과 단체급식 등에 대한 집합제한명령을 발동했다.
예배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수련회·기도회·부흥회·성경공부모임 등 각종 대면 모임 활동이 금지되며 이를 위반하면 벌금 3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집단감염이 발생한 주교동·성사1동·풍산동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해 경로당과 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폐쇄했다. 고양시 전역에서 노래방, 피시방, 유흥업소 등 감염 취약시설 행정점검과 지도가 강화된다. 시장·대형마트·식당 등 다중집합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입이 제한된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고양안심카 선별진료소'도 21일까지 휴일 없이 재운영된다. 고양시민 누구나 이 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이날 대시민 호소문을 내어 “지난 5일 주교동과 풍동지역 교회에서 최초 감염이 발생한 뒤 잇따라 확진자가 나와 오늘부터 모든 종교시설에 집합제한 명령을 내려 종교시설 내 소모임 등을 금지한 상태”라며 “시는 현 단계를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중대 고비로 생각하며 9일부터 2주간은 모든 종교활동과 단체모임·식사 등 외부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