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코로나19 격리 치료 중이던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탈출한 경기도 파주시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선별진료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에서 격리 치료 중 탈출한 뒤 만 25시간 동안 도주극을 벌인 50대 남성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종로와 신촌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확진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사건 경위를 조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파주경찰서와 보건 당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 새벽 파주병원을 탈출했다가 이날 오전 1시15분께 서울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검거된 50대 ㄱ씨(평택시 177번)를 파주병원에 재입원시켜 치료 중이다.
앞서 ㄱ씨는 18일 오전 0시18분께 병원을 탈출했다. 오전 8시께 병원 직원이 ㄱ씨가 격리 치료받던 병실에 배식을 위해 들어갔다가 ㄱ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신고했다. ㄱ씨는 푸른색 계열의 환자복 바지와 흰색 민소매 티를 입었고, 하얀색 슬리퍼를 신은 채 병실을 나섰다. 간호사들이 업무를 보는 공간에서는 바닥에 엎드려 기어서 출입문까지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코로나19 격리 치료 중이던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탈출한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연합뉴스
이후 오전 4시30분께 파주병원에서 3㎞가량 떨어진 파주시 조리읍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한 ㄱ씨는 종로구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머물렀다. 오전 9시께 이 커피숍 매장 전화기로 지인과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장을 나와 택시를 타고 이동해 인근 종교시설로 몰래 들어간 ㄱ씨는 10시간 넘게 이곳에서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오후 11시10분께 종로에서 신촌 쪽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 24시간 운영되는 신촌 카페를 찾은 ㄱ씨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통해 동선을 추적한 경찰에 19일 오전 1시15분께 검거됐다.
ㄱ씨는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마스크를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는 들고 탈출했지만, 유심칩을 뺀 뒤 무료 와이파이로만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파주병원에 재입원한 ㄱ씨를 치료한 뒤 탈출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뒤에 판단할 문제지만, 사안이 중대해 구속영장 신청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ㄱ씨와 동선이 겹친 파주경찰서 소속 형사 4명 등을 자택 대기 조처했다.
ㄱ씨는 지난 9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사랑제일교회에 머물며 예배를 본 뒤 감염돼 15일 파주병원에 입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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