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일반 가정과 배수지 등에서 검출된 유충에서 정수장 활성탄 흡착지 성분의 물질이 붙은 흔적이 확인됐다. 인천시 제공
‘인천 수돗물 유충(애벌레) 사태’의 원인을 조사해온 ‘전문가 합동 정밀 조사단’이 정수장에 날아든 깔따구가 낳은 유충이 수돗물로 유입된 것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결국 부실한 정수장 관리가 유충 사태가 촉발한 셈이다.
인천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은 28일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 정밀 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 공촌·부평정수장의 활성탄 흡착지(분말 활성탄을 활용한 정수 목적의 연못 형태 시설)에서 유충이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정수장 건물에 방충망이 있지만, 창문 개방이나 환기시설 가동 중단 땐 깔따구 성충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활성탄 흡착지는 유충이 생존할 수 있는 온도와 먹이, 유속 등의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에 달하는 흡착지 세척 주기도 유충 서식에 한몫했다.
이번 조사에서 활성탄 흡착지에 서식한 깔따구 유충이 배수지 등의 공급계통으로 유출된 결정적 증거도 발견했다. 유충 체내와 표피(머리, 꼬리 부분 등)에 활성탄의 미세입자가 부착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활성탄 흡착지 하부 집수장치는 유충 유출을 막을 만큼 미세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단은 이번 수돗물 유충 유출 사고가 같은 활성탄 흡착지를 사용하는 다른 시설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정수장 상부에 개폐식 덮개 시설을 만들고, 이중 출입문 및 방충시설 설치로 깔따구 등 벌레 유입을 차단하도록 권고했다.
또 깔따구 번식이 왕성한 4~9월에는 활성탄 흡착지 세척 주기를 7일 이내로 단축하되, 시설 특성과 운영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제안했다. 이밖에도 인천시는 급수인구 당 상수도사업 종사 인력이 다른 특·광역시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 전문인력 및 기술인력 보강 필요성도 지적됐다.
장기적으로는 활성탄 흡착지 하부층 규격 및 두께 설정에 대한 연구와 흡착지 세척 방법 등 세부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를 주문했다. 아울러 이번 유충 유출 사고에 대한 백서 발간도 제안했다.
앞서, 인천에서는 지난달 9일부터 서구와 부평구, 계양구 일대에서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시는 성충 유입 차단 설비를 보강하고 정수장·배수지 청소를 강화하며 수돗물 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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