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한겨레> 자료 사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을 주장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놓고 “철이 없다”고 비난하자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반수의 국민이 보편적 지급을 요구하는데 그러면 이들도 책임감이 없는 것이냐”며 홍 부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이틀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는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말을 비틀어 왜곡했다”며 “제가 철이 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천만 경기도민이 선택한 도지사이며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에 대한 홍 부총리의 ‘책임감이 없다’식의 발언은 국민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인신 모독적’이고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여론조사에서도 2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 방식이 선별 지급보다 더 높게 나온다”며 “그러면 보편적 지급을 희망하는 반수 이상의 국민도 홍 총리의 말대로라면 철이 없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홍 부총리에게 질의에 나섰던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을 향해 “지난 4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앞장서 주장했던 미래통합당도 철없는 소리를 한 것인가? 아니면 지금은 미래통합당이 철들어 버린 것인가”라고 물었다.
용 의원은 “서민들의 경제 상황은 4월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4월과 지금이 다른 점은 당시에는 보름 뒤 선거가 있고 (지금은) 없고의 한 가지뿐”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책임한 사람은 홍 부총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지금 우리에게 닥친 경제 환란은 재난지원금 100번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화급한 상황이 아니냐”며 “뾰족한 정부 대책도 없이 국가부채율 숫자만 부둥켜안고 재난지원금에 완고한 홍 부총리야말로 무대책이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는 2차 재난지원금을 중하위 소득계층에 지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전 국민 지급론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정책적 이견은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설득할 사안”이라며 홍 부총리는 언행에 신중하라고 촉구했다.
홍 부총리는 하루 전인 3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이 “최근 이재명 지사가 30만원씩 전 국민에게 50번, 100번을 줘도 재정 건전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책임없는 발언이다”라고 답했다.
임 의원은 “아주 철없는 얘기죠”라고 재차 확인에 나섰고 홍 부총리는 “자칫 잘못하면 국민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가 말한 것은 100번을 지급해도 서구선진국 국채비율 110%에 도달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 재정 건전성이 좋으니 한번 추가 지급할 재정 여력은 충분함을 강조한 발언을 비틀어서 제가 ‘재난지원금을 100번 지급하자’거나 ‘100번 지급해도 재정 건전성이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왜곡하였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 1/4이 넘는 1370만 경기도민의 위임을 받은 도정책임자로서 도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에 의견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존경하는 홍 부총리님께서 ‘철없는 얘기’라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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