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8세금징수과, 고액체납자 676명 암호화폐 압류
압류 비트코인 매각될까봐 연이은 ‘세금 납부’ 행렬
압류 비트코인 매각될까봐 연이은 ‘세금 납부’ 행렬
평가액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보유하고도 지방세를 내지 않았던 이들이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시는 고액체납자 676명의 251억원 어치 암호화폐를 전격 압류했다.
23일 서울시는 주요 암호화폐거래소 3곳을 통해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보유한 고액체납자 1566명(개인 836명, 법인대표 730명)을 찾아내 이중 즉시 압류 가능한 676명의 암호화폐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보유한 암호화폐의 평가금액은 251억원으로, 총 체납액 284억원에 맞먹는 금액이다.
암호화폐를 압류할 수 있게 된 것은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회사와 같이 불법재산 의심 거래, 고액 현금 거래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생겼고, 2018년 5월 대법원도 “암호화폐는 몰수의 대상인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는 체납자들이 암호화폐를 채권확보를 회피하고 재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세금 9억9767만원을 내지 않은 40대 병원장 ㄱ씨는 125억원 어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었다. 5624만원을 체납한 학원강사 ㄴ씨도 31억5400만원 어치를 지니고 있었다. 암호화폐 3억5600만원 어치를 갖고 있던 50대 개인 사업자는 세금 7100만원을 체납하고 있었다. 이들이 가진 암호화폐의 종류는 비트코인-드래곤베인-리플-이더리움-스텔라루멘 순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를 압류당한 체납자 676명 가운데 118명은 이 과정에서 체납세금 12억6천만원을 즉시 자진납부 했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서울시가 압류한 암호화폐를 팔아 세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체납자에게 돌려주는데 이를 두려워한 체납자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병원장 ㄱ씨는 체납세금 가운데 절반인 5억8천만원을 즉시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납세담보를 제공해 암호화폐 매각 보류를 요청했고, 학원장 ㄴ씨도 체납액 전액을 즉시 납부했다.
체납액이 2천만원인 ㄷ씨는 암호화폐 3백만원을 압류당했는데 “매월 중가산금이 추가돼도 좋으니, 지금 당장 추심하지 말고 2년 뒤에 추심하면 체납세액이 충당되고 나한테 돌려줄 금액이 있을 것”이라며 시에 암호화폐를 지금 팔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한다.
한편, 서울시는 아직 압류절차가 끝나지 않은 890명에 대해 추가 압류하고, 지난달 26일에 이뤄진 암호화폐 보유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은 거래소 한 곳에 법적조처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21일엔 거래소 14곳에 추가로 암호화폐 보유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한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최근 암호화폐를 이용해 큰돈을 벌면서도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하는 고액체납자들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압류하게 됐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비양심 고액체납자에 대한 징수활동을 빈틈없이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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