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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권총 강도, 21년 전 마스크와 7년 전 담배꽁초로 잡았다

등록 2022-08-30 20:24수정 2022-08-31 10:35

대전 은행 권총강도살인 피의자 검거

2001년 범행 차량 손수건의 DNA
2015년 게임장 담배 DNA와 일치
유전자 증폭기법 발달로 밝혀내
DNA 안 나온 1명 혐의 부인…공방 예상
2002년에 만들어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용의자 수배전단. 대전경찰청 제공
2002년에 만들어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 용의자 수배전단. 대전경찰청 제공

21년 전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둔산지점 권총 강도살인 사건은 돈이 필요했던 고교 동창생들이 경찰의 권총을 빼앗아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유전자가 확인된 이아무개(51)씨는 범행을 시인했지만, 이씨가 공범이라고 지목한 또 다른 이아무개(52)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직접 증거가 없는데다 범행에 이용된 권총도 확보하지 못해 재판 과정에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경찰청은 30일 오후 브리핑을 열어 권총 강도살인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이아무개(51)씨는 2001년 12월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수송차량에서 돈을 내리던 김아무개(당시 43살·국민은행 용전동지점 현금출납과장)씨를 권총으로 쏴 숨지게 하고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범행 두달 전인 2001년 10월15일 자정께 대전 대덕구 비래동(당시 송촌동) 골목길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노아무개 경사를 훔친 차로 치어 중상을 입히고 권총을 강탈한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나 이씨는 자신이 범행에 사용한 차량을 훔치기만 했을 뿐, 권총을 탈취할 당시엔 공범인 이아무개(52)씨가 차를 운전했고, 돈가방을 강탈할 때 총을 쏜 것도 자신이 아닌 이씨였다고 밝혔다. 범행에 사용한 권총은 한동안 보관하다가 공범 이씨가 바다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씨는 경찰에서 “당시 둘 다 직업이 없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범으로 지목된 이씨는 혐의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 중 한명이 지난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전지법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 중 한명이 지난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전지법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들을 검거할 수 있었던 데는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할 당시 범행 차량에 남아 있던 손수건과 마스크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경찰은 당시 차량에서 회수한 유류품 가운데 마스크를 감식했으나 유전자(DNA)를 검출하는 데 실패했다. 손수건은 유아용으로 흔히 쓰는 것이어서 차량을 도난당한 피해자 가족의 것으로 보고 감식하지 않았다.

회수한 유류품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2017년 대전경찰청이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을 꾸리면서다. 경찰은 유류품 가운데 마스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재감식을 의뢰했다가 2015년 충북에서 발생한 불법 컴퓨터오락실 사건 당시 수거한 담배꽁초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은 손수건도 감식을 의뢰해 같은 회신을 받았다.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은 “20년 사이 유전자 증폭기법이 발달해 이전에는 밝혀내지 못했던 디엔에이(DNA)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충북 오락실 사건 당시 유일하게 신원이 드러난 오락실 관계자를 통해 오락실 출입자군을 확보했는데 대상자가 1만5천여명에 이르렀다. 이들 가운데 용의자 몽타주, 목격자 인상착의, 범죄경력(차량 절도 수법) 등을 대조해 용의자를 5천여명으로 압축했고, 지난 3월 이씨의 유전자가 21년 전 강도살인 사건 범인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보강수사와 행방 추적 끝에 지난 25일 검거했다.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2001년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2001년 발생한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관심은 또다른 공범의 존재 가능성에 맞춰지고 있다. 실제 2001년 사건 발생 당시 수사본부는 범인이 최소 3~4인조 이상이라고 추정하고 수사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범행이 정교하고 치밀한 점, 도주도 침착하고 신속하게 이뤄진 점 등으로 미뤄 최소 1명 이상의 공범이 더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백기동 형사과장은 ‘2인 범행’에 무게를 두면서도 “일당이 3명이라는 근거는 목격자 1명이 괴한들이 조수석 등으로 탄 뒤 차량이 움직였다고 진술한 것이 유일하다. 당시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해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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