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한 고교에서 3학년생이 학폭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충남 천안의 한 고교 3학년생이 지난 11일 지속해서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유서와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학교와 경찰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지난 11일 저녁 7시15분께 천안시 동남구 ㄱ씨 집에서 아들 ㄱ(18·고3)군이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ㄱ군의 가방에서는 고교에 입학해 3년 동안 당한 학교폭력 내용이 적힌 수첩과 유서가 발견됐다.
충남교육청과 ㄱ군의 다니던 학교, 경찰 등에 따르면, ㄱ군은 수첩과 유서에서 여러 명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ㄱ군은 ‘학교폭력을 당해 보니 왜 아무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지 알 것 같다. 내 꿈, 내가 하는 행동 모든 걸 부정당하니 온 세상이 나보고 그냥 죽으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너희들 소원대로 죽어줄게’, ‘(학교폭력 가해자 처분) 1∼3호는 생활기록부에 기재조차 안 된단다. 안타깝지만 나는 일을 크게 만들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다. 내가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 등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담임선생님과 상담 중 학교폭력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생님은 나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신고하지 못하게 겁을 준 것 같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학교 쪽이 학교폭력에 적극 대응하지 않아 ㄱ군의 상황을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학교 쪽은 ㄱ군이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고위관계자는 “유서 내용 등은 학생부장 교사가 확인해 전해 들었으나 ㄱ군이 학폭 피해를 당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ㄱ군의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와 성적 관련 상담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학폭 관련) 내용이 있었다면 즉시 조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천안 동남경찰서는 “유족 조사를 했으며, 유서 등에 언급돼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숨진 ㄱ군을 폭행이나 학대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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