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온 계절노동자들이 충북 괴산군 불정면의 한 농가 밭에 콩을 심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보은에서 농가 일손을 돕던 국외 계절노동자 7명이 이탈했다. 지난달 10일 6명에 이어 두번째다. 체류 기간, 근무 여건 등 계절노동자의 관리·정책에 관한 개선 방안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보은군은 9일 “지난 3~7일 사이 베트남 국적 계절노동자 7명(남성 5명, 여성 2명)이 숙소(속리산 알프스자연휴양림)에서 무단이탈했다. 국내외 불법체류 브로커 등과 연계한 조직적 이탈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20일 베트남 국적 계절노동자 49명이 입국해 보은 지역 농가의 일손을 거들었다. 이들은 농가와 고용계약을 하는 기존 계절노동자와 달리, 남보은 농협과 근로계약을 맺고 농가 필요에 따라 일용 형태로 일해왔다. 날마다 일하지 않지만 농협이 최저시급 수준의 급여(월 200만원)를 보장하고, 농가는 기존 임금보다 30~50% 싼 일당 8만7천원(도시락 포함)만 농협에 내면 수시로 부를 수 있어 소규모 농가의 일손을 더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관리가 문제였다. 애초 보은군은 베트남 하장성 자치단체와 이탈 방지 등 협약을 맺고, 입국 노동자를 관리하는 하장성 담당 공무원 1명도 동행하게 했지만 조직적·계획적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우경수 보은 부군수는 “좋은 취지로 국외 노동자를 들여왔는데 추가 이탈로 머리가 아프다. 도입국 변경을 포함해 계절노동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은은 청원경찰·농업 관련 공무원 등 5명씩 3개조를 편성해 이들 노동자가 머무는 숙소를 24시간 관리하고 있다. 이미 13명이 빠져나간 터라 노동자 36명을 공무원 15명이 지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국외 계절노동자의 관리·정책 개선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 1373명에 견줘 531% 늘어난 8666명이 전국 농가 등에서 일하고 있지만, 자치단체 농업 관련 공무원 1~3명이 이들을 관리하고 있다. 성기영 괴산군 농촌활력팀 주무관은 “인구 감소·이농·고령화로 계절노동자는 우리 농가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지만 이탈 우려도 공존한다”고 말했다.
진재구 청주대 교수(행정학)는 “농번기에 온 계절노동자를 농한기 도시·산업 노동 현장으로 보내고, 체류 기한을 연장하는 등 획기적 전환이 없으면 이탈·불법체류 악순환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노동 수요를 파악한 뒤 공론화를 거쳐 국외 노동력을 제도권 안으로 수용하는 이민 정책 변환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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