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의 직접 원인으로 꼽힌 미호강 미호천교. 오윤주 기자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미호강 범람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환경단체 책임론’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려던 하천 준설이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바람에 홍수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을 옹호해온 보수언론들이 이번 참사에 책임이 큰 지자체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여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20일 ‘홍수대비 미호강 준설 사업, 2년 전 환경단체 반발에 막혔다’ ‘범람한 미호천교 부근, 강폭 넓히기 공사 중단만 안했어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15일 집중호우 당시 오송 일대를 물바다로 만든 미호강 범람에는 미호천교 아래 임시제방 축조와 관리를 부실하게 한 행정복합도시건설청의 잘못뿐 아니라, 2021년 하천 바닥 준설을 반대한 환경단체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을 본격화했다. 충청북도가 2021년 9월 미호강 지류 15곳에서 퇴적토 등 준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환경단체 반발에 막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하천 준설은 4대강 사업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환경단체가 따라다니며 ‘파헤치지 마라’고 반발하니 사업은 늘 제자리걸음”이라는 충북도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한겨레> 확인 결과 환경단체 때문에 준설을 못 해 강이 범람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조선일보 등이 언급한 2021년 미호강 준설 계획은 그해 9월14일 충청북도가 내놓은 ‘미호강 프로젝트’ 11쪽에 나온다. 보강천·성암천 등 지방하천 5곳, 수석천·여천천 등 소하천 10곳의 오염된 퇴적토를 제거하고, 인공습지 5곳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다음날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배 띄우고 놀이공원 짓겠다는 미호강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성명을 낸 건 맞지만, 여기엔 ‘준설 반대’ 같은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오히려 “미호강 수질 개선 다음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수량·친수공간 확보가 아니라 홍수 완화를 위한 저류 공간 확보”라고 적시했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성명·기자회견 등에서 단 한번도 미호강 준설을 반대한 적은 없다. 괜한 트집”이라고 했다. 이근홍 충청북도 하천정비팀장도 “2020년 이후 미호강 준설 관련 환경단체 등의 민원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준설을 하지 못해 홍수 위험이 커졌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백경오 한경대 교수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준설 직후엔 담수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얼마 못 가서 흙으로 메워지기 때문에 홍수 예방에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최근엔 하천을 파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천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더 물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미호강에서도 홍수 예방을 위해 병목 지점인 미호천교 일대의 강폭을 350m에서 610m로 확장하려던 사업이 추진됐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오송-청주 도로 확장 공사, 충북선 개량 공사에 밀려 중단됐다. 이 공사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주관했는데, 행복청은 이번 미호강 범람의 가장 직접적 원인인 임시 제방 축조도 함께 했다.
충북지역 환경단체 풀꿈환경재단 등이 참여한 미호강유역협의회는 이날 “병목 지점인 미호천교 일대 강폭을 확장하는 사업을 제때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며 “미호강 범람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미호강 제방 붕괴 원인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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