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미호천교 다리 밑 임시제방 모습. 오윤주 기자
지난 15일 충북 청주 오송의 지하차도를 침수시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호강 범람은 국토교통부의 하천설계기준만 지켰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로 확인됐다.
강물이 흘러넘친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와 그 아래 제방 높이를 따져보니, 법정 기준보다 0.3~0.8m 낮게 시공돼 있었다. 계획홍수위(홍수기 하천의 최고 수위)보다 1.5m 이상 여유고(여유 높이)를 확보해야 함에도, 공사 편의를 위해 시행기관이 제멋대로 높이를 낮춰 공사를 벌인 결과였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침수 참사가 일어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와 인접한 미호천교는 국토부 설계기준대로라면 계획홍수위인 29.08m(해수면 기준)에 법정 여유고 1.5m를 더한 30.58m 높이로 다리 상판이 설치돼야 하지만, 이보다 0.3m 낮은 30.28m로 지어졌다. 강물 범람을 막는 제방 높이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사업 시행자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미호천교 공사를 위해 원래 있던 제방을 허물었다가 장마철을 앞두고 부랴부랴 복구하면서 법정 기준보다 0.8m 낮은 29.78m 높이로 둑을 쌓은 것이다.
금강홍수통제소 실시간 수위 자료를 보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추정 시간(15일 아침 8시40분) 10분 전 미호천교의 수위(29.79m)는 행복청이 주장하는 ‘임시제방’ 높이(29.78m)를 넘었다. 이날 미호강의 최고 수위는 29.87m(오전 9시20분)로, 정부의 제방 설계기준(30.58m)보다 0.7m가량 낮았다. 제방이 기준대로만 설치됐다면, 범람을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다리와 제방의 부실한 시공은 시행기관인 행복청이 계획홍수위를 실제보다 낮게 잡으면서 시작됐다. 2014년 미호천교를 설계할 당시 계획홍수위를 실제보다 0.3m 낮은 28.78m로 정한 것인데, 이 수치는 다리가 통과하는 지점의 강폭을 지금(350m)보다 2배 가까이 넓힌 뒤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2017년 시작해 2021년 말에 끝내려던 강폭 확장공사는 2020년 미호천교 공사가 시작되면서 중단됐다. 그러면서 다리 공사는 강폭 확장 뒤의 상황을 가정한 설계대로 진행했다. 앞뒤 순서를 바꿔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23일 미호천교 임시제방. 도로 높이에 맞게 쌓은 제방(오른쪽)과 다리 아래 낮게 쌓은 제방이 대조를 이룬다. 오윤주 기자
지난 가을엔 있던 제방마저 다리 공사를 쉽게 하기 위해 허물었다. 이후 행복청은 청주에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6월29일에야 제방을 다시 쌓기 시작해 7월7일 공사를 끝냈다. 행복청이 밝힌 이 제방 높이는 29.78m(순수 제방 높이는 4m)로 설계기준보다 0.8m가 낮다.
이에 대해 최병성 행복청 대변인은 “임시제방을 쌓을 때 인부들이 다리 밑을 오가며 다짐용 기계로 둑을 다져야 했기 때문에 다리와 제방 사이에 그 정도 공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임시제방이 행복청 주장보다 더 낮게 쌓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복청이 밝힌 임시제방 높이는 미호천교 상판보다 0.5m 낮아야 하는데, 범람 전후 사진을 보면 임시제방과 교량 상판 사이 공간이 그보다 훨씬 커 보이기 때문이다.
백경오 한경대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교각을 높여 다리가 제방 위를 지나게 하면 문제가 없는데, 공사비를 줄이려고 다리 높이를 최소기준에 맞추고, 제방은 다리보다 더 낮게 만들게 된다”며 “이 자체가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23일 경찰의 출입금지선이 쳐진 미호천교 임시제방. 오윤주 기자
최예린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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