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익명의 기부자가 지난 4일 충주시에 맡긴 성금 52만5320원. 충주시 제공
“나도 형편이 좋지 않지만 폭우로 집을 잃은 이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8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충북 충주시에 쌈짓돈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충주시는 이름 밝히기를 꺼린 80대가 수해 피해를 입은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2만5320원을 기부했다고 11일 밝혔다.
남루한 차림의 한 노인이 지난 4일 오전 11시께 충주시청을 찾아 검은 봉지를 건넸다. 충주시청 직원이 봉지를 펼쳐 보니 오만원권 지폐 10장, 천원권 4장과 100원·10원짜리 동전이 들어 있었다. 노인은 “저축한 것 하고, 집에서 간간이 모은 동전들이다. 방송에서 폭우로 집을 잃은 이웃들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파 들고 왔다. 어려운 이들 돕는 데 보태달라”고 했다. 노인은 마침 충주시청 로비에 있던 조길형 충주시장에게도 같은 당부를 하고 시청을 빠져나갔다.
충주시청 희망복지지원팀 공무원이 노인에게 다가가 이름과 사는 곳 등을 물었다. 하지만 노인은 “충주 연수동에 사는데 평소 기초수급자로 받기만 했어요.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 주고 싶어요. 이름은 알리지 마세요”라고 답했다.
조세현 충주시 희망복지지원팀 주무관은 “지난 2005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어렵게 사는 분인데 성금을 기부해 너무 고맙고, 뭉클했다”며 “어르신의 뜻대로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을 보냈다”고 말했다.
한편, 충주시는 지난달 13일부터 10여일 동안 이어진 집중호우로 적지 않은 피해가 났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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