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붙잡힌 대전 신협 강도 사건 피의자가 출국 30일 만인 지난 21일 오전 국내로 송환돼 대전서부경찰서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대전의 한 신협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피의자는 빚과 생활비 문제로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서부경찰서는 26일 특수강도·절도 혐의로 구속된 ㄱ(47)씨를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ㄱ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11시58분께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신협에 들어가 직원을 위협한 뒤 390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ㄱ씨는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했다가 지난 10일 다낭의 한 호텔 카지노 안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는 훔친 돈 중 1천만원은 빚을 갚고, 400만원은 생활비로 가족에게 줬으며, 600만원은 주식에 투자했다. ㄱ씨는 현재 파산 상태로 금융기관 채무는 없지만, 과거 인테리어·요식업 등 사업을 하며 만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2억원가량의 빚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빌린 돈은 대출금 돌려막기, 생활비,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ㄱ씨는 빚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할 생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흉기와 가정용 소화기, 오토바이 등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거주했던 관저동 인근의 은행을 범행 장소로 물색하다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자 신협을 대상으로 정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범행 뒤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충남 금산에 도착해 오토바이를 버리고 다시 택시를 타고 대전으로 이동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지만, 베트남 도주는 즉흥적인 결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급하게 출국하느라 제3국 도피 등 다른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 같다. 다낭에서도 호텔 등 숙소 3~4곳을 옮겨 다니며 은신처를 숨긴 것 외에 특별한 행적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ㄱ씨가 빌린 돈으로 사행성 게임 등 도박을 하고, 다낭으로 도망쳐서도 도박을 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27일 ㄱ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ㄱ씨의 도박 빚과 베트남에서의 마트 절도 건도 현지 경찰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