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주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임시 수용된 우한 교민을 응원하려고 건 펼침막. 한겨레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을 피해 중국 우한 교민이 충북 진천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임시 수용되면서 혁신도시 주변의 상권과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수용된 교민 173명은 홀로 격리돼 생활하고 있지만, 혹시 모를 감염 우려 때문에 진천 혁신도시 유동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유재윤 진천 주민자치연합회장은 “우한 교민 입소 이후 혁신도시는 물론이고 조금 떨어진 진천읍 지역까지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고 할 정도로 경기가 죽어가고 있다. 막연한 두려움, 불안감이 팽배해 돌아다니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혁신도시 주민과 공공기관, 자치단체 등이 우한 교민을 품은 진천을 도우려고 나섰다.
충북도와 청주상공회의소 등은 4일 오후 성일홍 충북경제부지사 주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6+1 전략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충북테크노파크, 충북지식산업진흥원,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충북기업진흥원 등 기관 6곳과 충북도가 참여했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충북혁신도시발전추진단은 충북 혁신도시 관계관 대책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대책회의를 했다. 이 자리엔 충북도, 진천·음성군,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충북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11곳이 참여했다. 하선미 충북도 경제기업과 주무관은 “공공기관 등은 주 2~3차례 구내식당 중단과 주변 식당 이용, 진천·음성 지역 농특산물 구매, 전통시장 장보기 활성화 등을 결의했다. 앞으로 우한 교민 수용에 따라 피해를 보는 혁신도시 상공인 등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정애 충북도 보건복지국장(가운데)이 4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충북도는 소상공인 육성자금 50억원을 편성해 혁신도시 안 소상공인 등 100여명에게 50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중국에 편향된 산업을 남·북 아시아권으로 다변화하는 등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3월 중국 상하이·베이징·청두 등으로 떠나기로 한 중국 경제사절단 파견을 11월로 연기하고, 5월 중국 우한·상하이로 떠나려던 중국 통합사절단도 몽골로 방향을 틀었다. 4월 홍콩 가정용품 박람회, 5월 광저우 교역전 등을 포기하고, 타이·모스크바 박람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지역 주민자치협의회, 시민단체, 협회 등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상권 이용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우한 교민과 방역·경비 초소 등으로 향했던 구호·지원 사랑의 손길을 지역 소상공인 등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진천 카네이션클럽과 진천읍 기관단체협의회 등이 4일 우한 교민이 머무는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떡과 음식을 전달하는 등 우한 교민과 방역·경비요원을 돕는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유재윤 진천 주민자치연합회장은 “지금은 방역, 구호 등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눈앞으로 다가올 지역 경기 한파를 녹일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혁신도시에서 저녁 모임을 갖는 등 지역 상권과 경기를 살리는 일을 시작하려 한다. 주민과 지역사회는 물론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