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연기하고 질병관리본부에 파견돼 코로나19 관련 일을 하는 육군 37사단 송성근 중사(왼쪽)아 예비신부 강선옥씨.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한 뒤 좋은 남편, 멋진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육군 37사단 송성근(28) 중사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결혼식을 연기해 화제를 낳고 있다. 애초 그의 결혼식은 지난 8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파견 요원을 모집하자 자원했고, 지난달 28일부터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입국자 추적팀에서 일하고 있다. 시도별 확진자 현황을 파악하거나 날마다 국외 입국자 40~50명의 주소·연락처 등을 확인한 뒤 가까운 보건소 등에 안내한다. 보름 남짓 일하는 동안 휴일 없이 매일 밤 8~10시께 퇴근한다.
“다른 분들에 견주면 제가 하는 일은 힘든 것도 아니죠. 다들 정말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합니다. 현장의 땀과 열정이 모여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할 겁니다.”
그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무렵 질병관리본부 파견 근무를 자원했다. 결혼식을 20여일 앞둔 때였다. 결혼 일정뿐 아니라 질병 확산 세가 빨라 가족 등이 말렸지만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하고 싶었는데 나라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시점에서 청첩하는 게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부에게, 그리고 양가 부모에게 군인의 도리를 말하고 양해를 구했죠.”
그는 제2의 ‘양의지’, ‘강민호’를 꿈꾸던 야구선수였다. 하지만 야구 명문 세광고를 끝으로 그는 야구를 접고 군인의 길을 택했다. 19살에 보병 사병으로 입대한 그는 2013년 부대에서 부사관 임관을 지원했다. “야구할 때 온갖 궂은일을 하는 포수였는데 군대에서 훈련 지원 일을 하다 보니 적성에 맞아 이 길이 내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나라를 위해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체질에 맞고요.”
그는 결혼식을 멀찍이 1년 뒤로 미뤘다. 결혼식을 포기하면서 신혼여행 위약금 등으로 100만원 넘는 헛돈이 나갔다. 그는 “아직 젊고 돈은 벌면 되니까 걱정 안 한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예비 아내와 아이가 더 안전하고 좋은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육군 37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