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여론이 한창 비등하던 지난 20일 갑자기 터져나온 여당의 ‘국회도, 청와대도 세종으로 옮겨야’(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장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야당 일부에서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7일 <에스비에스>(SBS)가 입소스에 의뢰해 만 18살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행정수도 이전’ 찬반 조사를 했더니 찬성 48.6%, 반대 40.2%로 나타나는 등 여론의 호응도 있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법률적·정책적으로 복잡다단한 쟁점들에 둘러싸여 있다. 당장에 16년 전 내려졌던 위헌 결정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전 방식과 대상을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단장인 우원식 의원, 김태년 원내대표, 박범계 부단장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완성추진단’ 제1차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리를 잡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여전한 위헌 논란…개헌? 특별법 제정? 국민투표? 2004년 헌재는 “서울이 수도인 것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라며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세종시가 국회·청와대가 포함된 행정수도가 아니라 정부부처·기관 중심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된 이유다. 법조인들조차도 생소한 관습헌법에 바탕을 둔 헌재 결정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위헌 결정 효력은 여전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개헌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세종시 특강에서 “개헌할 때 ‘수도는 세종’이라고 문구를 넣으면 위헌 문제가 해결된다. 성문헌법이 만들어지면 불문헌법(관습헌법)은 실효성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300명)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수인데, 야당 협조는 미지수다. 미래통합당 의석수는 103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무산됐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은 특별법 재발의를 추진한다. 정정순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상당)은 “시대가 바뀐 만큼 헌재 결정도 달라질 수 있다. 여야 합의로 관련 법안을 만들어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헌재 구성상 다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작은 만큼 일단 법을 만들어 추진하자는 의견인 셈이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다시 특별법을 만들면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될 테고 헌재에서 ‘관습헌법’에 관한 이론적인 근거를 폐기하고 합헌 결정을 하게 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0% 합헌을 장담할 근거는 없다.
‘행정수도=세종’을 놓고 국민 뜻을 묻자는 ‘원포인트 국민투표안’도 나온다. 정주백 충남대 교수(헌법학)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은 국민투표를 통해 무너뜨릴 수 있다. 또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법의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줘도 관습헌법은 없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헌재는 국민투표를 통한 추진도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는 분석도 있다. 관습헌법은 성문헌법과 달리 국민투표만으로도 개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학계에서 다수설은 아니다.
■ 한꺼번에 직진? 단계적인 우회? 행정수도 추진 방법도 ‘논란 해결 먼저’ 쪽과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쪽으로 갈린다.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으로 행정수도를 기획한 실무 책임자였던 이춘희 세종시장은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등 현재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주장한다. “개헌을 통한 국회·청와대 등 이전이 가장 좋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손 놓고 있을 수 없지 않으냐”는 설명이다.
실제 세종시는 이미 국회 세종의사당 터를 마련했고, 정부도 예산에 국회설계비로 20억원을 반영했다. 국회사무처도 지난해 8월 국회 세종분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2021년 완공되는 정부세종신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세종시에 출마했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9월부터라도 세종청사로 내려가 일주일에 며칠씩 근무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만형 충북대 교수(도시공학)는 “더디 가도 제대로 가야 한다”며 “개헌, 국민투표 등으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낸 뒤 국회·청와대 등을 한꺼번에 이전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박재율 지방분권 전국연대 대표도 “국민적 합의에 따라 전체 이전에 대한 로드맵(밑그림)을 발표한 뒤 단계적 이전이라면 몰라도, 임시방편식 단계적 이전은 수도 이전을 물 건너가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윤주 송인걸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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