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2리 한 마을 주택 마당과 도로가 산사태로 휩쓸려 내려온 나무와 토사로 뒤덮여 있다. 이날 발생한 산사태 영향으로 마을 주민 2명이 인근 하천에 빠져 소방당국에 수색에 나섰다. 연합뉴스
충청 북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충남 아산에서 맨홀 작업 중 실종됐던 5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인명 피해를 포함한 비 피해가 잇따른 상황에서 4일과 5일에도 충남지역에 많은 비가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4일 아침 7시6분께 아산시 탕정면 한 어린이집 근처에서 ㄱ(5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인근 승마장 직원인 ㄱ씨는 전날 오후 1시49분께 맨홀에 쌓인 토사 등을 제거하는 중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전날 오후 2시께 아산시 송악면에서 불어난 물이 토사와 함께 집안을 덮친 뒤 물에 휩쓸려 실종된 70대 주민 2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소방대원들이 이들을 찾고 있다.
중부지역에 집중된 호우로 충남 지역에도 비 피해가 속출했다. 전날부터 이날 새벽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천안 212㎜, 예산 218㎜, 아산 187㎜, 홍성 132㎜, 당진 110.8㎜, 서산 102.5㎜ 등이다.
주택 623채와 상가 112곳이 침수됐고, 8372개 농가에서 2897㏊의 농작물 피해를 봤다. 천안 8곳, 아산 2곳의 도로와 천안 청수·청당·성정, 아산 남동·신창·배방2·봉강·신풍 등 지하차도가 통제됐다.
620명의 이재민도 생겼다. 천안에서는 14개 읍·면·동에서 156세대 239명 이재민 발생해 인근 경로당과 초등학교 등에 대피 중이다. 천안 수신면 병천천의 둑 일부가 무너지고, KTX 천안아산역과 신방동 주민센터, 성환읍 복모리 하수처리장 등 인근의 주요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과 상가건물이 침수 피해를 봤다.
아산에서는 하천 범람 위험과 주택 침수 등으로 190세대 356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예산에서는 13세대 1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아산 도고면 도산리 일대와 예산군 대술면 장복리 일대의 도로가 유실되기도 했다. 당진에서는 신평면·우강면 중심으로 30여건 침수 피해가 접수됐다.
세종에서도 비 피해가 있었다. 176㎜의 비가 내린 세종 소정면의 대곡리 대곡교가 물에 잠겼다가 붕괴했고, 대곡리 맹곡천의 제방도 유실됐다. 산사태로 대곡리에 있는 한 캠핑장의 진입로가 막혀 한때 야영객 4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4일과 5일에도 많은 비가 예보돼 주민들과 소방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4일 6시 기준 충남 14개 시·군에 호우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부여·서천·공주·청양·보령·천안·아산·예산·홍성·태안·당진·서산에는 호우경보, 논산·계룡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 세종에는 호우경보, 대전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5일까지 충남 북부에 100∼300㎜, 많으면 5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전·세종 등 충남 남부에도 50∼100㎜, 많은 곳은 150㎜ 이상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대전지방기상청 관계자는 “5일 아침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한 매우 많은 비가 오겠다”며 “하천과 저수지 범람, 산사태, 축대 붕괴, 침수 등 피해가 잇따른 상황에서 추가 피해가 우려되니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