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해수욕장의 야경 모습. 자료사진. 속초시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강원도 강릉시가 비수도권 가운데 처음으로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동해안을 찾은 피서객이 강릉을 피해 속초, 고성 등 인근 시·군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변 지자체들은 감염병이 퍼질까 봐 거리두기 상향을 검토하고 있지만, 모처럼 피서객이 늘어 활력이 도는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22일 강원도환동해본부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강릉을 방문한 피서객은 21일 현재 8만6945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만3837명)에 견줘 6892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지난해 1만8795명에 그쳤던 삼척은 5만6780명, 고성도 1만8530명에서 4만4938명, 속초 역시 4만7026명에서 11만1305명으로 크게 늘었다.
함금순 강원도환동해본부 해양관광팀장은 “해변에 가보면, 강릉은 피서객이 줄어든 것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반면 고성과 속초 등 나머지 시·군은 쏟아지는 피서객으로 북적북적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강릉시가 지난 1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긴급 격상했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올린 곳은 강릉시가 유일하다. 강릉에서는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은 2명까지만 가능하고, 식당과 카페 등은 밤 8시 이후 매장 안에서 취식 자체가 금지된다. 밤 10시까지로 운영이 제한된 수도권보다 ‘센’ 조처다.
피서객 정아무개(38)씨는 “모처럼 휴가인데 강릉에선 강화된 인원 제한 탓에 사람도 자유롭게 만날 수 없고, 밤 8시 이후에는 갈 곳도 없다. 자가격리나 다를 바 없다”며 “2단계인 고성 같은 곳은 확진자도 거의 나오지 않고 인원만 4명으로 제한이 있을 뿐 늦은 저녁까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풍선효과를 확인한 강원도와 일선 시·군은 거리두기 상향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먼저 ‘서핑’으로 뜨고 있는 양양군이 거리두기 상향을 결정했다. 양양군은 이날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내어 “23일부터 8월1일까지 거리두기를 3단계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양에서는 직계가족이더라도 사적모임이 4명으로 제한된다. 또 식당과 카페 등도 밤 10시까지로 운영이 제한된다.
하지만 나머지 시·군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순향 삼척시청 안전총괄담당은 “최근 지역에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삼척도 거리두기 상향 기준은 충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 여름 한 철만 보고 버텨온 지역 상인들의 처지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격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철 강원도 생활방역담당은 “최근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동해·속초·삼척 등의 지자체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제시한 거리두기 3단계 상향 기준을 충족했다. 확진자 발생 추이 등을 좀 더 지켜보고 필요하면 거리두기 격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