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지사가 24일 오전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하게 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수혁 기자
단기자금조달 시장 불안에 불을 댕긴 강원도의 채무불이행 선언과 관련해 김진태 지사 등 강원도 수뇌부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는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중앙부처와의 협업 경험이 적은 이들이 광역자치단체의 경제·금융 정책을 주도하면서 빚어졌다는 것이다.
2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달 28일 김진태 강원지사가 20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과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방침을 밝히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은 정광열 경제부지사다. 정 부지사는 지난 7월 김 지사가 기획재정부 국장 출신인 전임자를 해임한 뒤 영입한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이다. 김 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 출마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를 공약한 바 있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인 출신 부지사가 (채무불이행이 불러올 파장에 대한 고려 없이) 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을 주도했고, 채무는 이후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태 지사 책임론도 비등한다. 강원도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가 의견을 모았고 최종 결정은 김 지사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결정자로서의 김 지사 책임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기업회생 신청을 하게 된 동기가 김 지사가 강조해온 채무 축소 등 ‘건전 재정’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김 지사는 기업회생 신청의 이유로 “강원도민이 내는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려는 김 지사의 정치적 무리수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전임 최문순 지사가 레고랜드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빚을 떠안지 않으려는 정무적 판단 아래 김 지사가 채무불이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 책임론은 여당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강원도가 채무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운 데 대해서는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비의 날개가 태풍을 불러온단 사실을 명심하고 모든 일을 신중하게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규율에 대한 원칙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김 지사는 기업회생 신청 선언 이후 26일 만에 처음으로 유감의 뜻을 내놨다. 김 지사는 이날 회견을 열어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하게 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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