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떡과 한과를 파는 한 업소는 유부초밥 50인분을 만들어 이재민들에게 제공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이재민과 재난복구에 힘쓰고 계신 모든 분을 위해 저희 미용실을 제공해드립니다.”
지난 12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의 소식을 대신 전하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릉 포남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시민이 쓴 글이 올라왔다. 이 시민은 “협소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료 샴푸 서비스를 해드리겠다. 음료와 간식 등도 준비해뒀으니 복구가 될 때까지 언제든 편하게 오셔서 따뜻하게 몸도 녹이고, 아이들 세안과 수유 등 잠시나마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강릉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을 위해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떡과 한과를 파는 한 업소는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오늘 잠시 가게 문을 닫고 대왕 유부초밥 50인분을 만들어 가져다 드리고 싶다. 모든 분께 드리진 못하지만 아이들과 어르신들도 드실 수 있도록 간이 세지 않게 만들어 가져가겠다”고 밝힌 뒤 만든 유부초밥 사진도 올렸다.
강문동에 있는 한 해물칼국수집도 “산불로 피해를 당한 분들께 큰 힘이 되어드리지는 못하지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해드리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한 아동복 가게는 “이재민 가운데 아이가 있는 집이 있으면 가게에서 옷을 좀 가져다 드리고 싶다. 필요한 분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며 자신의 연락처까지 공개했다.
이밖에 거처가 없는 이재민을 위해 이불과 옷을 가져다주고 싶다는 이와 이재민과 소방관·경찰관 등에게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싶다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카페 업주는 “카페 매장인데 음료를 무료로 제공해드리고 싶다. 산불로 갈 곳이 마땅치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매장으로 오셔서 편하게 계시면 된다. 즉석밥이나 김 등 간단한 반찬도 있으니 아이 있으신 분도 오세요. 뭐라도 하고 싶은데 지켜만 보는 건 아닌 것 같아 용기 내서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강릉의 소식을 대신 전하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 운영자도 “이재민들을 위해 힘을 보태고자 한다. 평소에 도움을 주고 싶지만, 혼자는 힘들다고 하시는 분이 있다. 하지만 적은 금액도 여러 명이 모으면 큰 힘이 된다. 모금이 끝난 뒤에는 투명하게 내역을 공개하고 모두의 이름으로 전달하겠다”며 모금 운동 시작을 알렸다.
육군 8군단 예하 102기갑여단 장병들이 강릉산불 피해 현장에서 12일 잔해물을 정리하는 대민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2023.4.12 육군 8군단 제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와 경기 부천시 등 강릉 자매도시들의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12일 라면과 즉석밥 등 구호물품을 가지고 대피소를 방문했다. 서초구는 2006년 자매도시 결연 이후 2014년 강릉 폭설 당시 제설 장비와 인력, 위문품 등을 전달했으며, 2022년 옥계 산불 당시에도 생수와 라면, 김치 등을 지원했다. 강릉도 2022년 8월 서초구 집중호우 당시 위문품을 전달하는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부천시도 직원과 노조 등이 모은 성금 1340만원을 마련해 기탁했다. 부천시는 2017년 산불 피해를 격려하기 위해 물품을 지원한 바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공직자들이 성심성의껏 모은 성금이 피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산불 피해 이재민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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