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n)번방’을 모방해 이른바 ‘제2의 엔번방’을 만든 닉네임 로리대장태범의 재판이 진행된 지난달 31일 춘천지법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 등이 손팻말을 들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성년자 성 착취물 텔레그램 공유방인 이른바 ‘엔(n)번방’과 함께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의 온상으로 알려진 ‘다크웹’(dark web) 이용자에게 항소심 법원이 1심 선고유예를 깨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대성)는 24일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소지) 혐의로 기소된 ㄱ(29)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선고유예)을 깨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란물 사이트의 접속 과정이 고의적이고, 음란물 소지도 지속해서 이뤄진 점이 인정된다. 사회적 해악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고 밝혔다.
ㄱ씨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이 불가능한 이른바 ‘다크웹’을 통해 음란물 전용 사이트에 접속한 뒤 2016년 2월부터 그해 11월까지 33개의 아동·청소년 등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다운받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을 이용해 해당 사이트에서 지정하는 지갑 주소로 비트코인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음란물을 구매했다. 2018년 5월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된 ㄱ씨는 이에 불복해 그해 8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2차례에 걸친 변론 끝에 1심 재판부는 같은 해 11월 ㄱ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범행을 모두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유예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1심 선고유예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아동·청소년 등장 영상물의 제작·판매를 막기 위해서는 소지자도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의 선고유예 처분은 다른 소지자와 비교해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과거 미국 군 당국이 개발한 다크웹은 특정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를 추적하기 어려워 텔레그램 엔번방과 함께 아동·청소년 등장 음란물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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