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 여성 70여 명을 협박해 성 착취를 일삼아온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박사’로 불린 핵심 피의자 조주빈씨가 2020년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 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8)씨가 추가 기소된 성범죄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기각한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조씨가 낸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2021년 징역 42년이 확정된 조씨는 지난해 9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후 조씨는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법관에 의한 재판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1심과 2심은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렸다. 국민참여재판은 임의로 선정된 배심원이 유·무죄와 양형을 결정하고 법관은 이를 참고해 판결하는 제도다. 법관이 배심원의 결정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조씨는 재항고장을 제출했지만 대법원 역시 조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피해자 쪽은 계속해 국민참여재판을 반대해왔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이 성폭력과 관련된 증거 기록까지 보게 돼 2차 피해가 발생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앞서 변호인은 “1·2심 법원은 피해자의 상태와 의사뿐 아니라 2차 피해 우려 등을 종합해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조씨가 국민참여재판을 고집했던 이유는
국민참여재판에서 성범죄사건 무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법원행정처 ‘국민참여재판 성과분석’ 자료를 보면, 2008~2020년 국민참여재판에서 성범죄 사건의 무죄율은 27.9%다. 다른 범죄의 사건의 무죄율은 △상해(9.2%) △강도(8%) △살인(3.4%) 순이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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