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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강원

미국서 코로나로 발 묶인 가족 대신해 장례 치러준 병원

등록 2020-10-21 16:20수정 2020-10-21 16:47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인 가족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도움으로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장례를 치르는 모습.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인 가족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도움으로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장례를 치르는 모습.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가족이 병원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으로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고 장례까지 치러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강원도 원주에 있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ㄱ씨는 ‘최근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가족 모두가 미국에 있어 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병원 쪽에 도움을 청했다. ㄱ씨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진 뒤 요양병원에 있다가 지난달 초 증상이 나빠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했다.

ㄱ씨는 병원 쪽에 ‘아직 미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만 듣고 일까지 그만두고 귀국할 여건이 안된다. 아버지께서 고아이고 친척도 없어 돌봐드릴 분이 없으니 병원에서 신경을 좀 써달라’고 부탁했다.

ㄱ씨의 부탁을 받은 병원 쪽은 즉시 ㄱ씨 아버지를 찾아가 환자와 ㄱ씨 가족이 매일 화상통화를 통해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결국 20여일 뒤 ㄱ씨의 아버지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했고, ㄱ씨는 평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병원에 주검 기증을 결정했다. 국가유공자인 아버지는 평소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한 탓에 장기가 온전하지 않자 대신 주검을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감사의 뜻으로 병원 쪽은 가족을 대신해 고인의 장례도 치렀다. 장례의 모습도 화상으로 연결돼 가족들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가족들은 3년여의 주검 기증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귀국한 뒤 장례를 다시 치르고, 아버지를 국립묘지에 안장할 계획이다.

ㄱ씨는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막막했는데 병원의 도움을 받아 임종도 지킬 수 있어 큰 위로를 받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관계자는 “자식들 입장에선 아버지가 머나먼 곳에서 홀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많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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