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의 소식을 전하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해변 상황. 관광객들이 통제선을 뚫고 들어가 해변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전국 스키장과 해돋이 명소를 폐쇄하는 등 연말연시 특별방역에 고삐를 죄고, 시민들 대부분도 이에 동참하는 가운데 일부 관광객은 아랑곳없이 연휴를 즐겨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부는 시민의 자발적인 협조를 거듭 부탁했다.
성탄절 연휴 기간에 제주도와 동해안 등 전국 유명 관광지에는 평소와 달리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연휴에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절반가량에 그쳤다. 이맘때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서귀포 성산 일출봉은 인적이 드물었다. 강원도 경포와 안목, 송정 등 동해안 관광지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스키장들도 사흘째 운영을 중단했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 등 유명 놀이공원 역시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사라질 만큼 한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새해 1월3일까지 해돋이·해넘이 명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관광객은 강화된 방역 조처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25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실시간 안목해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주황색 통제선을 넘어 해변 모래사장을 거니는 관광객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한 누리꾼은 댓글에 “강릉 비상사태입니다. 좀 오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경포와 속초 등 주요 해변에는 통제요원이 배치됐지만 소규모 해변에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강원도 고성군 관계자는 “화진포와 송지호 등 주요 해변과 통일전망대 등 주요 관광시설을 전부 폐쇄하고, 해변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출입을 막고 있다”며 “그러나 모든 해변을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국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동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부 폐쇄된 스키장에도 사람들이 몰려 방역수칙을 지키는 시민을 허탈하게 했다.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는 스키장 폐쇄 방침에 따라 스키를 타는 슬로프는 폐쇄했는데, 덕유산 설천봉에 이르는 곤돌라 80여대는 운행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는 ‘설천봉 실시간 웹캠’이라는 제목으로 곤돌라를 타려고 장사진을 이룬 관광객의 사진이 올라왔다.
전국의 스키장·눈썰매장 등 겨울 스포츠 시설이 폐쇄된 가운데 지난 25일 곤돌라를 운행 중인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 설천봉이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에 사는 안아무개(39)씨는 “스키장은 폐쇄됐다고 하지만 놀이동산에 인파가 몰려 북적인다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봤다. 이런 시국에 아이들 손잡고 저런 곳에 가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놀이동산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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